I-85· I-75 지나는 ‘V’ 모양…고급 상가·식당 밀집
주민보다 유동인구 많고, 방문객 매출 40% 창출
“애틀랜타에서 시로 독립” 목소리 끊이지 않아
애틀랜타의 ‘업타운’(Uptown: 부자동네)으로 불리는 벅헤드는 독립된 도시가 아닌 상업 및 주거 지역이다. 그렇지만 애틀랜타 시와 다른 별개의 도시인 것처럼 언급되곤 한다. 고급 식당과 상가, 대기업 등이 밀집해 있고, 이곳의 주거지역은 애틀랜타 최고의 부촌으로 꼽힌다. ‘남부의 베벌리힐스’라고 불릴 만큼 고급스러움과 활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벅헤드의 매력은 도시의 젊은 에너지를 느끼고,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며, 최신 유행 식당과 상가 등과 가깝다는 점이다. 특히 벅헤드에서 일하고 근처에 사는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live, work and play)에는 안성맞춤이다. 도심치고는 ‘트리 캐노피(나무 지붕)’가 잘 형성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조지아텍 연구팀에 의하면 나무 잎과 가지가 하늘을 가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관 피복률이 50%에 가깝다.
고급 상점과 호텔이 모여 있는 벅헤드의 핍스 플라자.
그러나 ‘걸어 다니며 살기 좋은 곳인가’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기는 힘들다. 벅헤드는 주요 고속도로와 연결된 상업 중심지로 개발됐고, 쇼핑몰들도 고속도로에 가까워 보행 편의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행 편의성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피치트리 로드 재설계와 ‘패스400 그린웨이’의 개발이다.
벅헤드는 ‘도심’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오코니강이 가까이 있고, 숲속을 걷는 산책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블루 헤론 네이처 리저브’(4055 Roswell Rd NE, Atlanta)가 대표적이다. 또 ‘반려동물과 살기 좋은 동네’로 알려져 있다.
역사
‘벅헤드’ 이름의 유래는 1838년 650달러를 주고 202에이커 땅을 산 헨리 어비 씨의 일화에서 유래한다. 어비가 큰 사슴을 죽여 박제한 그 머리를 눈에 띄는 곳에 두면서 해당 지역은 어비빌(Irbyville)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슴의 머리’를 뜻하는 벅헤드(Buckhead)라는 이름이 자리잡았다.
1800년대 후반, 벅헤드는 부유한 애틀랜타 주민들의 시골 휴양지였다. 1890년대에 벅헤드는 ‘애틀랜타 하이츠’로 개칭되었으나 1920년대에 다시 벅헤드 이름을 돌려받았다. 벅헤드는 애틀랜타의 부자들이 저택을 짓는 곳이었는데, 1929년 대공황 동안에도 이곳에는 호화 저택이 계속 들어섰다. 1952년 벅헤드는 인접 지역과 합병되며 애틀랜타 시에 공식 편입됐다.
지리·경제
벅헤드는 고속도로와 연결된 상업 중심지로 개발됐다.
원래 벅헤드는 현재 ‘벅헤드 빌리지’라고 불리는 동네만을 지칭했으나 이제는 좀 더 넓은 지역을 포괄한다. 동쪽으로 I-85, 서쪽으로 I-75를 지나는 ‘V’자 모양의 지역을 대략적으로 포함한다. 벅헤드는 서북쪽으로 캅 카운티 컴버랜드와 바이닝스, 북쪽으로는 샌디스프링스, 동쪽으로는 디캡 카운티 브룩헤이븐과 노스 드루이드 힐스, 남쪽으로는 애틀랜타 미드타운, 서쪽으로는 웨스트 미드타운과 접하고 있다.
구역(constituency)으로 보면 총 43개 구역이 벅헤드에 포함된다. 벅헤드 빌리지, 벅헤드 하이츠, 브룩우드, 킹스우드, 피치트리 힐스, 턱시도 파크 등이 있다. 벅헤드 커뮤니티의 비영리단체 ‘리버블 벅헤드’에 따르면 벅헤드에는 1만8600채의 단독주택과 3만4000유닛의 다세대 주택이 있다. 상업오피스단지는 2300만 스퀘어피트(sqft)에 달하고, 20스퀘어마일에 상가, 식당, 엔터테인먼트 등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다.
벅헤드에는 호텔 객실 약 6000개, 1500개 이상의 소매점, 13개의 사립학교가 있다. 벅헤드는 애틀랜타뿐 아니라 조지아의 주요 경제 동력이다. 연간 소매 매출이 29억 달러에 달하며, 이중 40%는 1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창출한다.
리버블 벅헤드는 벅헤드 주민을 8만7000명으로 추산한다. 또 직장인, 관광객, 사업가 등이 활발하게 오가며 주간 유동인구는 약 14만명으로 증가한다. 실거주 주민 수와 주간 유동인구와의 차이가 크다.
인구·소득
약 8만7000명으로 추산되는 벅헤드의 주거 인구는 2040년까지 약 11만4000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리버블 벅헤드는 예상했다. 주로 고층 다세대 주택 개발이 이루어지는 도심 지역에서 주거 인구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레이터 벅헤드(Greater Buckhead)’에 사는 인구는 백인이 77% 이상이고, 흑인 11%, 아시아계 6%, 기타 3%로 파악된다. 벅헤드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 연령대는 20~30대로, 특히 상업 중심지에 집중돼 있다.
패스400 산책로 모습.
벅헤드 주민들의 소득은 모든 연령대에서 애틀랜타 시 전체 소득보다 높다. 단, 벅헤드 핵심 지역에 사는 약 6만8500명의 노동인구 중 약 40%는 평균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인 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소득 수준에 비해 적정 가격대의 주택과 옵션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벅헤드 시 승격
애틀랜타에서 벅헤드를 독립시키려는 시 승격 시도가 지난 20여년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샌디스프링스가 30년간의 노력 끝에 2005년 마침내 도시로 승격된 후부터 벅헤드도 독립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른 지역의 시 독립 여론과 마찬가지로 벅헤드 역시 치안 강화와 주민을 위한 행정이 필요하다며 애틀랜타 시로부터의 분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강력 범죄가 급증하면서 치안문제 해결을 위해 시 독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반면 애틀랜타 시로서는 최고 부촌인 벅헤드가 독립할 경우 시 정부 세수의 40% 이상을 잃을 수 있어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1년 벅헤드 분리 운동이 다시 표면화 됐을 때, 주민의 54~70%가 분리에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시 독립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조직을 결성, 100만 달러 가까운 홍보비를 모금하고, 2023년 주 의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벅헤드 인근 블루 헤론 네이처 리저브를 걷고 있는 주민들. [리버블 벅헤드 제공]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