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땀’에 셔츠 축축하고 땀내 난다면…피해야 할 것들

땀샘 이상으로 다한증·액취증 호소
악화 요인 피하는 게 치료 첫걸음
땀 억제 약 바르고 약용 비누 사용
약물만으로 효과 없다면 수술 고려

땀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분비되는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다. 몸의 열을 발산해 체온을 관리하고 몸 안의 나쁜 물질을 밖으로 배출시킨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심각한 고민거리다. 땀이 과도하게 나거나 땀 냄새가 심한 사람은 여름마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생활과 건강관리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날씨엔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적절히 치료받고 관리해 여름을 무탈하게 나자.

직장인 조모(45)씨는 땀 때문에 여름이 두렵다. 영업직군이라 거래처 사람을 만날 일이 많은데 항상 셔츠가 땀에 축축하게 젖는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약속 장소로 걸어갈 때 얼굴과 겨드랑이, 목, 등, 발에서 땀이 흘러 닦아내기 바쁘다. 여분의 옷을 챙겨 다녀도 금세 땀에 젖어 소용이 없다. 조씨는 “위생에 문제가 있어 보일까 걱정”이라며 “여름엔 사람을 만나도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땀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많이 나는 증상을 다한증이라고 한다. 몸에는 에크린과 아포크린이란 두 가지 땀샘이 있다. 에크린샘에서 나는 땀은 99%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끈적이지 않고 냄새도 거의 없는 맑고 투명한 땀을 배출한다. 다한증은 에크린샘의 과도한 분비로 인해 발생한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600~700mL 정도 땀이 난다. 다한증이 있는 사람은 이보다 3~8배 많은 하루 약 2~5L를 흘린다. 노원을지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박만실 교수는 “땀의 양을 재서 진단하기보다 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다한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긴장감 덜고 밀폐된 공간 피해야
땀으로 고민하는 이들 대부분은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데 땀이 많이 나는 일차성 다한증이다. 보통 ▶땀 분비가 비교적 대칭적인 분포를 보이고 ▶최소 일주일에 1회 이상 과도하게 땀을 흘리며 ▶땀 때문에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고 ▶발병 시점이 25세 미만이면서 ▶다한증 가족력이 있고 ▶잘 땐 땀을 잘 흘리지 않는 경우라면 의심할 수 있다.

이들은 대개 ▶날씨가 덥고 습할 때 ▶긴장할 때 ▶밀폐된 공간에 있을 때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치료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피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청량감을 느낄 수 있게 문을 열어두거나 에어컨·선풍기를 사용해 주변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또 밀폐된 공간을 피하고, 음식을 식혀 먹거나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간 메뉴는 고르지 않는다.

생활습관을 관리하면서 좀 더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효과적이다. 이땐 주로 땀 분비 억제 약을 활용한다. 약을 바르거나 먹는 식이다. 보툴리눔 독소 주사 치료를 받는 것도 주요한 치료법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주사 후 2~4일 뒤 땀 분비가 줄기 시작해 2주 이내에 분비량이 확연히 감소한다”며 “효과는 평균 6~8개월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약물이나 주사 치료에도 반응이 신통치 않다면 수술을 고려한다. 작은 내시경을 사용해 땀이 많이 나는 부위와 관련 있는 신경을 절단하는 교감신경 절제술이 대표적이다. 다만 박만실 교수는 “수술 후 신체 다른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올 수 있고, 식사 시 얼굴에서 땀이 나는 미각성 다한증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땀샘의 이상으로 냄새가 심한 액취증 환자 역시 여름이 고역이다. 주변에 불쾌한 냄새를 풍겨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액취증은 아포크린샘과 관련이 있다. 아포크린샘은 95%가 겨드랑이에 분포한다. 나머지는 귀나 눈꺼풀, 유두, 배꼽, 회음부에 있다.

흰옷 겨드랑이 부위 누렇게 변하면 의심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땀은 단백질과 당질, 지질을 포함해 점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노원을지대병원 성형외과 민경희 교수는 “아포크린샘에서 나온 땀 자체는 냄새가 없다”며 “피부에 상주하는 세균이 땀을 분해하면서 지방산과 암모니아를 만들어 액취증 특유의 냄새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액취증은 아포크린샘이 커지는 사춘기 이후부터 발생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다.

액취증은 별도의 진단 기준이 없지만 ▶냄새 때문에 사회생활에 영향을 받고 ▶양쪽 겨드랑이에 휴지를 낀 다음 5분 후 냄새를 맡았을 때 역겨움을 느끼거나 ▶종일 입은 흰옷의 겨드랑이 부위가 누렇게 변한 경우라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비교적 경미하다면 자주 씻고 땀을 억제하는 약을 바르거나 살균 작용이 있는 약용 비누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어 겨드랑이를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레이저를 활용한 겨드랑이 영구 제모 역시 액취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김혜원 교수는 “영구 제모로 털을 제거하면 땀이 피부 표면에 머무는 시간이 줄고,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건조하고 청결한 환경이 조성돼 냄새가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아포크린샘 제거 수술 같은 보다 적극적인 치료법도 있다. 아포크린샘이 포함된 피하지방층을 잘라내는 피하절제술, 초음파나 레이저 지방 흡입기를 이용해 피하지방층을 흡입하는 지방 흡인술이 대표적이다. 민경희 교수는 “다른 치료법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으니 증상이 심한 액취증은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