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서류 심사 적체 더욱 심화될 듯
‘반트럼프’가 ‘반미’로 둔갑할 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신청자의 소셜미디어(SNS)를 뒤져 반미주의 성향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은 19일 ‘USCIS 정책 매뉴얼’을 개정해 이 같은 지침을 심사 담당자들에게 알렸다. 개정 매뉴얼에 따르면 이민국은 미국에 거주하거나 시민권을 받으려는 신청자의 SNS 게시물을 심사해 반미(anti-American) 또는 반유대주의를 지지·홍보·옹호한 정황이 있는지 엄격하게 들여다본다. 이 지침은 즉시 발효돼 진행 중인 비자 심사에도 적용된다.
매슈 트래게서 이민국 대변인은 “미국을 증오하고, 반미 이념을 가진 이들에게 이민의 특혜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 내 거주, 취업은 권리가 아니며 특권”이라고 말했다. 트래게서 대변인은 다만 반미 이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실제 심사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민국의 이같은 새 지침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월 학문교류를 위한 F, M, J 비자 심사에 도입한 소셜미디어 심사가 체류 및 취업 심사 전반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이민 변호사들은 이번 지침으로 인해 이민서류 심사 속도가 더욱 더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이민정책 담당자는 “이민 당국이 소셜미디어를 검토하고 모호한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서류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반미 성향 검증 명분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성향이나 언행을 보이면 합법적 이민까지도 주관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과 맞물려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유학생들의 비자를 대거 취소헸다. 국무부가 올해 들어 취소한 유학생 비자는 지난 18일 현재 6000건을 넘어섰다.
앞서 이민국은 지난 15일 “시민권 취득 요건 중 도덕성 검증 항목을 대폭 추가해 신청자들의 교육 수준, 납세 현황뿐만 아니라 상습 교통 법규 위반 여부 등까지 심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