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에 젠지들이 침공한다”…고물가에 창고형 매장 부활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의 대표주자인 코스트코. 지난 3월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때아닌 주차장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는 어떻게 혼잡한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습니까.”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주차난이 거듭되고 있어서다. 지난 7월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는 한 코스트코 이용객이 주차장 두 칸에 걸쳐 주차된 차를 보면서 “주차 공간이 하나도 없다”며 화를 내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1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25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회계연도 2025년 4분기(6~8월) 매출 86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97억 달러에서 상승한 수치다. LSEG 집계 애널리스트 예상치(860억6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연령대 전반에서 회원이 늘어나면서 순매출과 회원 수수료를 합친 코스트코의 매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2025 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2752억 4000만 달러로, 지난해 보다 약 8.1% 증가했다.

코스트코 약진의 배경에는 미국의 ‘젠지(GenZ·Z세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가 있다. 누구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에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가성비를 찾아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휘발유와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각각 13.8%와 6.2%가 높아졌다. 8월 식료품 물가는 전월 대비 0.6% 상승했는데, 이는 2년 만의 최고치다.

게리 밀러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에 “회원의 평균 연령이 낮아졌고, 매년 새로 가입하는 회원의 절반이 40세 미만”이라며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인 BJ‘s 홀세일클럽도 젠지를 필두로 한회원 수 증가와 매출 상승으로 코로나19 이후 200%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융 정보업체 고뱅킹레이트는 이런 현상을 “젠지의 코스트코 침공”이라고 묘사했다. 멤버십 비용 ‘n분의 1’, 공동으로 대량 구매, 할인 쿠폰 등 온오프라인 혜택 극대화 등을 젠지의 창고형 매장 쇼핑 트렌로 소개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설카나(Circana)는 “식료품을 제외한 창고형 할인매장의 상품 지출 부문에서 25~34세 고객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저렴한 상품의 장점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교외나 시골로 이동한 젊은 미국인들이 새로운 고객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에도 창고형 할인매장들은 미국 현지 조달 확대와 상품군 단순화로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트코는 매년 30개, BJ‘s 홀세일클럽은 2027년까지 25~30개의 매장을 미국 전역에서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