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없어도 손님부터 잡자” 전략
임대료 감당못해 팝업 전환 업소도
“저녁 시간대 손님은 단골만 온 지 꽤 됐어요. 몇달 전부터 식사에 술까지 합쳐 할인 중인데 홍보가 잘 안 된 건지…”
올해 들어 고율 관세와 이민 단속으로 손님이 줄어들자 저녁 할인 행사를 벌이는 한인 식당이 늘어났다. 둘루스 중식당 왕서방은 ’13주년 기념 디너 스페셜’로 식사 6종과 연태고량주 1병을 합쳐 99달러에 판다. ‘The 901 포차&노래방’은 평일 오후 5시부터 모든 안주와 주류를 50% 할인한다. 한식당 토담골도 오후 5시부터 안주 13코스 ‘이모카세’를 제공하는데 3인 99달러다.
식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저녁 손님이 줄자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손님부터 잡자는 불황형 박리다매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토드 안두즈 소상공인개발센터(SBDC) 귀넷카운티 디렉터는 “관세가 높아지자 식자재와 장비 가격이 뛰었다. 식당 내 이민 단속이 허용되면서 일할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졌다”며 “영업 시간을 늘리거나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여 추가 주문 또는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소수인종 식당은 같은 커뮤니티 젊은이들의 첫 직장이 되기도 하는데, 최근 요식업 경기 부진으로 인해 18개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한 식당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젊은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류 소비량이 크게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음주를 한다고 답한 성인은 전체의 5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67%에서 3년 연속 하락했다. 유색인종 음주 비율은 52%로 더 낮다.
불황 속 임대료 같은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택하는 이들도 있다. 당초 팝업스토어는 상설매장을 정식 개업하기 전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지만, 이젠 비용을 줄여 수요가 있을 때만 잠깐 영업하는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됐다.
이스트 애틀랜타에서 퓨전 한식 TKO(The Korean One)를 운영하던 리노 리 씨는 인근 지역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작년 3월 식당을 접었다. 그는 이제 월요일은 애틀랜타 바 ‘브레이커 브레이커’에서, 수~일요일은 도라빌 ‘민화 스피릿’에서 팝업을 연다. 포스턴 커피(조슈아 오), 간지 식당(박준)도 이곳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제임스 김 민화 스피릿 대표는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지금 같은 때, 특히 나이가 젊은 창업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