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건강’입니다. 특히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사망 원인 1위인 ‘암’입니다. 영유아기부터 노인기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내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이자 최대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명절 기간 살펴볼 6대암 예방법을 연재합니다. 네번째는 유태경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말하는 유방암입니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매년 약 3만명의 환자가 새로 생긴다.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94.3%(2022년 기준)로 다른 암에 비해 높은 편이다. 다만 여느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도 사전 예방과 조기 발견이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초기엔 증상 없어···유방에 ‘덩어리’ 만져지면 의심
유방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검진을 통해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 증상으로 가장 흔한 것은 유방의 만져지는 덩어리로, 대개 ▶통증이 없고 ▶단단하며 ▶경계가 불규칙한 게 특징이다.
이외에도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에 습진이 생겨 잘 낫지 않는다면 유방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유방의 피부가 움푹 파이거나 유두가 움푹 들어간 경우 ▶겨드랑이 부위에 만져지는 림프절이 있는 경우 ▶유방 전체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며 통증이 있거나 열감까지 같이 나타나는 경우 등에도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다.
유방의 구조와 유방암 호발 부위. 사진 서울아산병원
유전이 제일 위험? 환경적 요인도 중요
유방암은 유전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유전적 소인에 의한 경우는 전체의 5~10% 수준이다. 유전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요인은 BRCA1·BRCA2 변이가 대표적이다. BRCA1·BRCA2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인데, 여기에 돌연변이가 있어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각각 70%, 40% 정도로 올라간다.
유전적 요인 외 나머지 90% 가량은 생활습관이나 호르몬 변화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유방암은 호르몬에 민감하다. 에스트로겐 등의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유방 세포 분열이 촉진돼 돌연변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고, 출산·수유 경험이 적은 여성일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는 이유다.
식습관이 서구화된 것도 원인이다. 과거에 비해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섭취해 복부 지방이 쌓여 체내 인슐린의 농도가 증가하고 에스트로겐도 많이 생성되는데, 이는 유방암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수술 필수···절제와 동시에 재건해 삶의 질 높여
유방암 치료엔 수술이 필수적이다. 암이 있는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유방 전절제술과 유방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암 덩어리와 주위 조직 일부만 제거하는 유방 보존술이 있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유방 보존수술 시행이 늘어나고 있다.
유방 절제와 동시에 복원 수술을 하는 ‘유방 동시 복원수술’도 늘고 있다. 유방 절제와 동시에 재건이 이뤄지기 때문에 유방 절제로 인해 여성이 겪는 상실감과 두 번 수술 받는 부담을 덜어 주는 장점이 있다. 최근엔 3D 프린터로 만든 모형을 활용해 암을 정확히 절제하거나, 로봇 수술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이것’
아직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지만, 운동이나 식습관을 조절해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는 있다.
운동이 유방암의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에스트로겐이 적게 생성되고 복부에 지방이 덜 쌓일 뿐 아니라, 인슐린 수치도 낮아진다. 하루 30분 일주일에 3~4일 정도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 좋아하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에스트로겐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식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동물성 지방이나 오메가-6 지방 대신, 오메가-3 지방을 섭취하는 게 좋다. 황록색 채소, 과일, 콩, 곡물 등 섬유질이 많은 식품 섭취를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 흡수가 증가할수록 당을 산화시키기 위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므로 과한 당 섭취는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정기 검진을 1~2년 간격으로 꾸준히 받는 게 좋다. 초기 유방암은 치료 성적이 좋기 때문에 암이 생겼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