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LA경찰국(LAPD) 경관의 총격으로 숨진 양용(당시 40세·사진) 씨 사건의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 첫 공판이 내년 10월 13일로 확정됐다.
소송을 제기한 양용 씨의 부모 양민·양명숙 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LAPD의 공권력 남용 문제를 따져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28일 양용 씨의 아버지 양민 씨에 따르면 최근 LA카운티 수피리어법원 피터 A. 헤르난데즈 판사는 민사소송 첫 공판일을 내년 10월 13일로 확정했다. 양씨 부부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만이다.
양민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판이 1년 뒤에 열리지만, LAPD 경관들은 여전히 피해자와 유족을 대하는 자세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그들이 강압적으로 대응한 사실을 꼭 밝힐 것이며, 특히 LAPD 지도부가 이번 재판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자각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 준비 과정에서 LAPD 등이 법원과 원고 측에 제출한 1800쪽 분량의 사건 기록과 보디캠 영상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원고와 피고 측은 재판 절차에 필요한 증거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stipulation)했고, 이에 대한 판사의 서명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24일 양씨 부부는 LAPD를 비롯해 LA시 정부, LA카운티 정부, 카운티 정신건강국(DMH) 등을 상대로 LA카운티 수피리어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에는 총격을 가한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 현장을 지휘했던 루발카바 서전트, 911에 가장 먼저 출동 요청을 한 윤수태 DMH 클리니션도 포함됐다.
원고 측은 민사소송을 통해 정신질환을 앓던 양용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LA시와 카운티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다. 소장에는 ▶LAPD와 DMH의 정신질환자 대응 실패 ▶부적절한 무력 사용 ▶LA시·카운티의 제도적 문제 등 세 가지가 핵심 쟁점으로 명시됐다.
특히 원고 측은 출동 경관의 과실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양씨에게 총격을 가한 로페즈 경관은 사건 전 루발카바 서전트와의 대화를 통해 양 씨의 정신 상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현관문을 강제로 여는 과정에서 양씨가 칼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비살상 무기도 사용하지 않고 5초 만에 3발의 총을 발사했다. 또한 원고 측은 정신질환자 대응을 맡은 DMH 윤수태 클리니션이 정책과 절차를 따르지 않아 양씨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본지는 지난해 5월 10일 가주공공기록법(CPRA)에 따라 양용 씨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LA시와 LAPD에게 공공기록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정보 공개를 진행했던 정찬용 변호사는 “LAPD는 공적인 내용만 선택적으로 공개했고,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민감한 대화 내용은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며 “이번 민사소송에서도 피고 측이 관련 기록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비밀유지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한인사회 차원에서도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비극으로 보지 말고, 정책적 재발 방지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