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7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구속 수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3시간 동안 조사했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 관계자는 “한학자 측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장시간 조사가 힘들다고 해 예상보다 일찍 종료됐으나 금일 진행하고자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모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018~2020년 전재수(전 해양수산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현금 수천만원과 명품 시계 등을 전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는 교단 차원에서 “조직 차원에서 정치 권력과 결탁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원해 이익을 얻으려는 계획이나 의도를 가진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이 정치권 접촉 등 주요 사안을 특별보고 형태로 한 총재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하지만 한 총재는 사실상 실명 상태로, 서면 보고를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면서 지시하기 어려운 만큼 윤 전 본부장 선에서 결정하는 일이 많았다는 취지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역시 바뀌었다. 그는 앞서 김건희 특검팀에 여야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하면서 최종 책임자로 한 총재를 지목했다. 하지만 금품 전달과 관련해 “전해들었다”라거나 “한 총재와 만나는 걸 봤다”는 식으로 선을 긋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선 “최근 여러 오해를 받고 있고 뉴스에도 많이 나오는데 저는 만난 적도 없고, 제가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전달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팀 조사 당시 상황을 언급하면서는 “기억이 왜곡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까 복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통상적인 뇌물 수사의 경우 금품을 준 사람의 진술을 확실히 한 뒤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에 본격 착수하지만, 이 사건은 공여자의 진술부터 바뀌었다. 이에 더해 뇌물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대상이 수사에 대비할 시간이 있었던 상황이라 증거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진호·나운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