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성장·고물가란 복합 위기의 터널 앞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1400원대 달러당 원화가치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독주가 만들어낸 성장 착시가 내수 침체의 그늘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환율이 꼽힌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9.2원 하락한(환율은 상승) 143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올해는 3분기를 제외하고는 연중 내내 달러당 원화가치가 1400원을 밑돌았다. 올해 주간 종가 기준 연평균 달러당 원화값은 1422.1원이다. 외환 위기였던 1998년(1394.9원)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환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외환 당국이 지난 24일 이후 고강도 시장 개입을 이어가고 있고, 국민연금도 대규모 환 헤지로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그나마 연말 원화가치가 1500원 선까지 주저앉는 건 막았다. 문제는 내년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안정에 투입할 달러) 실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원화가치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기준 달러 대비 원화의 적정 환율을 1330원대로 추정했다. 이와는 거리가 먼 ‘원저(低)’ 상태가 굳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원화가치가 내려가면 원자재 등 수입품 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해외 투자은행(IB)과 주요 경제기관 등 37곳이 제시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2%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예측치(2.1%) 내외라 해도 국민의 체감 물가는 일시적으로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 성장률 1% 내외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한국 경제는 내년엔 1.8~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주요 기관은 전망한다. 언뜻 성장세로 돌아서는 듯 보이지만, “이는 올해 성장이 워낙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라고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평가했다. 김정식 교수는 “반도체 수출로 인한 착시 상태”란 점도 지적했다. 한은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했지만, 반도체·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1.4%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대외 불확실성도 변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정부가 새로운 통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자산시장 호조가 펀더멘털이 아닌 유동성에 기초하고 있는 만큼 작은 쇼크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남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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