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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시모 병시중에 남편 간병…이제 손주까지 돌보는 ‘그들의 굴레’

05/08/26
in 최신뉴스, 한국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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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여성은 뇌종양에다 심장·무릎 수술을 받은 남편을 간병한다. 남편은 뇌수막염·패혈증, 갈비뼈 골절 등의 병을 같이 앓았다. 지난 40년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병시중 했다. 서른셋에 혼자가 된 시어머니였다. 이제는 두 딸의 아이 셋을 돌보는 일이 돌아왔다. 큰딸의 아이 2명을 키우고 나서 이제 끝나나 했는데, 작은딸이 아이를 낳았다. 딸 부부가 맞벌이라서 아이를 돌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또 10년이 지나고 있다. 그녀는 “20대부터 몸이 다 망가졌다. 그 스트레스에“라고 말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8일 공개한 ‘가족 내 손주 돌봄 현황과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70대 여성의 넋두리다. 시어머니-남편-손주로 이어지는 3중의 돌봄 굴레에 갇힌 여성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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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은 10세 미만의 손주를 돌보는 55~74세 조부모 1063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했다. 지난 6개월 주 15시간 넘게 돌본 경우다. 또 21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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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할아버지는 매주 4.6일, 하루 평균 6.04시간 손자를 돌본다. 주말 빼고는 매일 6시간 매달린다. 17%는 하루 8.5시간 넘게 돌본다.

48%는 대가 없이 돌본다. 34.6%는 자녀에게서 정기적으로 돈을 받는다. 월평균 77만 3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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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돌봄 행위의 대부분을 할머니가 한다. 할아버지가 더 많이 하는 게 하나 있다. 손주를 밖으로 데려나가 놀아주는 일이다.

그 외는 할머니가 먹이기, 입히기, 씻기기 등의 독박 돌봄에 시달린다.

62세 여성은 “(남편이 아이와) 놀아줄 줄 모르고, 울리고. 아기가 싫어하는데 자꾸 막 이렇게 저렇게 한다. 힘들어요. 남편 때문에”라고 말한다.

아들·딸 집을 오가며 온종일 매달린다. 70세 여성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딸 집으로 향한다. 30분 걸린다. 딸의 출근을 돕고 퇴근하면 밥 먹는 걸 보고 귀가한다. 손주 돌봄 외에 딸을 대신해 장 보고 청소하고 살림을 다 한다. 이중 돌봄이다.

상당수가 이렇게 자녀 가구의 일상적 가사 노동을 떠안는다. 한 여성은 “주변에서 ‘뭐하려고 그거 하냐. 일당 주냐’라고 한다. 그래도 딸 아이를 보면 답답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매일 1시간 거리를 오간다.

또 응답자의 51.1%는 자녀 가구, 배우자 등을 함께 챙기는 ‘다중 돌봄’ 부담을 안고 있다.
아이의 아빠가 늦게 퇴근하면서 할아버지가 아버지 역할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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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희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돌봄 중장년층이 손주를 돌보면서 자녀 집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형태를 ‘확대 가족’이라고 정의했다.

손주가 아무리 예쁘지만 돌봄을 자처하지는 않는다. 돌봄 중장년층의 53.3%는 원하지 않지만 아들·딸 사정을 보면 거절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하는 자녀가 딱해 보이니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심정은 할머니가 더 느낀다고 한다.

손주 돌봄 이후 육체적 피로감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73.7%, 정신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사람이 60.4%이다. 질환이 악화하거나 통증이 증가한 경우도 47.8%이다.

66세 여성은 “나의 삶이 거의 없다. 챙겨 먹기도 힘들다. 어떨 때는 애가 남긴 걸 먹는다”고 호소했다. 62세 여성은 “자식 키우느라 힘들었는데, 또 손주까지 나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계 단절도 무시하기 힘들다. 70세 여성은 “몇 년 째 모임에 못 나갔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어느 순간에 포기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다만 손주 돌봄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81%가 손주와 사이가 좋아졌다. 또 68.8%(남성 73.6%, 여성 66.5%)는 아들·딸과 관계가 좋아졌다. 44%(남성의 48.4%, 여성의 41.6%)는 부부 관계가 좋아졌다고 한다. 70~74세는 더 좋아졌다.

또 손주 돌봄 후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54.6%이다. 반면 나빠진 사람은 19.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변화가 없다고 한다. 특히 60~64세 남성의 60.2%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마경희 선임연구위원은 “남성 노인이 일 중심으로 살아오다 노년기를 맞으면 고립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런 남성이 손주를 돌보게 되면서 가족 내 역할을 하게 되고 친밀감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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