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에서 호주 의대로 ‘턴(turn)’하는 분위기예요. 아이비리그인 코넬대 다니다 시드니 의대 간 학생도 있죠.”
17년째 호주 유학을 담당해온 김동욱 링크오스트레일리아 대표는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호주는 미국에 비하면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반(反)이민 기조와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유학생에게 개방적이고, 전문직 면허 취득과 취업이 수월한 호주 의대로 수요가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를 통해서만 매년 150명 정도가 호주 ‘의치약’(의대·치대·약대) 같은 메디컬 계열에 진학한다”고 말했다.
영국도 비슷하다. 요즘은 일찌감치 영국 의대를 목표로 삼는다. 27년 경력의 유학 전문가인 서거원 영국유학닷컴 지사장은 “예전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준비했다면, 최근엔 중학교 때부터 의대를 목표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늘었다”고 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학원 관계자와 현지 의사들은 “영국·호주는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의사가 되는 길이 훨씬 다양하고 안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학 과정부터 그렇다. 한국·미국 의대는 한 번의 시험이나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반면, 영국·호주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대표적인 게 학제다. 영국은 고교 졸업 후 바로 진학하는 5~6년제 의대가 중심이다. 호주는 학부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체제가 함께 운영된다. 한국 유학생들은 주로 5~6년제 학부 의대나, 학사 과정 후 의전원 진학이 연계된 6~7년 과정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은 100% 의전원 체제다. 임준희 청담엘유학원 대표는 “미국 의대를 졸업하려면 학부 과정과 시험 준비 기간, 의전원까지 최소 9년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영국·호주로 눈을 돌리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유학생에게 열린 문도 상대적으로 넓다. 미국 의대는 유학생 비율이 매우 낮고, 영주권·시민권이 없으면 의대 진학이나 취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영국은 40여개 의대 신입생 선발 인원(9000명)의 7.5% 정도를 국제학생에게 배정하고 있다. 호주는 21개 의대 신입생(4000명) 중 유학생 비율이 16~18% 정도다. 호주 브리즈번의 한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는 장유정(26)씨도 8년 전 한국에서 삼수를 하는 대신 호주 의대로 눈을 돌렸다. 그는 한국 수능 성적으로 호주 그리피스대 의대에 입학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 지원 당시 면접에서 떨어졌던 터라 인터뷰 없이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학교를 전략적으로 지원했다”며 “한국 의대보다 입학이 비교적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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