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유명 재벌가 출신 환경운동가가 친형에게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 폭로하면서 태국 사회에 뒤늦은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네이션·카오솟 등 태국 매체들에 따르면 태국 재벌 비롬박디 가문의 4세인 환경운동가 시라누드 스콧(29)은 이달 초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친형 수닛 스콧으로부터 과거 여러 차례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시라누드는 “가족 모두가 내가 녹음한 형의 고백 테이프를 들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공감도 해주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9~13세였던 시절 형이 여름방학마다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성적 학대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침묵 대가로 금전 보상”…가족 상대 폭로
시라누드는 약 3년 전 처음 가족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침묵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어머니가 재산 분쟁 문제로 자신을 고소하자 결국 공개적으로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비롬박디 가문의 핵심 기업이자 태국 대표 맥주 브랜드 ‘싱하 맥주’를 생산하는 분라웃은 형 수닛을 회사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다.
분라웃은 성명을 통해 “시라누드 스콧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국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닛은 자리에서 물러나며 형제 사이에 ‘거친 놀이’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성폭력 의혹은 부인했다.
이들 형제는 비롬박디 가문 창업자의 외손녀인 어머니와 스코틀랜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4세로 알려졌다.
비롬박디 가문은 싱하 맥주를 비롯해 식품·호텔·전력·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이 가문의 순자산 규모를 약 17억5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태국 사회로 번지는 성폭력 피해 고백
온라인상에서는 2010년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미투 운동 당시 비교적 잠잠했던 태국 사회에서 시라누드가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PsiScott’(Psi는 시라누드의 별명) 해시태그와 함께 시라누드에게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메시지가 확산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테일러 스리랏은 19세 때 50대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고 한 유명 골프장 후계자는 11세 당시 운전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뒤 임신중절 수술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스리랏은 AFP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가 (성폭력) 피해자들이 덜 외롭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면서 “그간 ‘피해자 비난 문화’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나서지 못했지만 이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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