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체코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FIFA랭킹 25위)은 11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40위)와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22분 ‘코리안 지단’ 황인범(30·페예노르트)이 동점골을, 1-1로 맞선 후반 35분 ‘괴물’ 오현규(25·베식타시)가 역전골을 터트렸다. 오현규는 경기 전 열이 38도까지 올랐지만 투혼을 불사르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앞서 같은조 개최국 멕시코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1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꺾었다. 한국과 멕시코는 1승, 체코와 남아공은 1패를 기록했다. 골득실에 따라 멕시코가 1위, 한국이 2위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조3위까지도 32강 토너먼트에 오르게 된다.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한국은 조 2위 안에 들어 유리한 32강 대진을 받는 게 목표인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한국이 월드컵 1차전에서 승리한 건 2010년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은 19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후반 13분 일격을 당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롱스로인을 문전쇄도한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프턴)가 잘라 먹는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빠른 시간 내에 동점골을 뽑아냈다. 후반 22분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찔러준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침착하게 한번 접으면서 수비수와 골키퍼를 속인 뒤 오른발로 살짝 툭 차 넣었다. 환상적인 로빙 칩슛 동점골이다. 황인범은 대표팀 동료 사이에서 “코리안 지단”이라 불리는 선수다.
이어 후반 35분 백승호(버밍엄)의 침투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오현규가 문전쇄도하면서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중원사령관 황인범은 1골1어시스트를 올렸다.
후반 32분 체코 소우체크(웨스트햄)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다행히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이후 골키퍼 김승규(도쿄)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 슛을 2차례나 막아내는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넘겼다.
한국축구가 사활을 걸고 올인한 ‘고지대 적응’이 제대로 먹혔다. 경기장소인 과달라하라는 해발 1570m에 위치해 있다. 한국은 미국 사전캠프부터 20일 가까이 고지대 적응을 해온 반면, 미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체코는 경기 전날에야 과달라하라에 입성했다. ‘모 아니면 도’ 도박을 건 체코는 결국 무너졌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여름부터 공들였던 스리백, 3-4-2-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2선 공격수로 이재성(마인츠)과 이강인이 출격했다.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와 백승호 중원을 지키고, 좌우 윙백에 이태석(빈)과 설영우(즈베즈다)가 나섰다. 스리백 이기혁(강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이 골키퍼 김승규(도쿄)와 최후의 저지선을 지키는 형태였다.
왼쪽 스토퍼 김태현(가시마)이 훈련 중 부상 당한 가운데, 이기혁이 출전한 것도 눈에 띄었다. 올 시즌 K리그1 강원 돌풍의 주역 이기혁은 북중미 월드컵 최종명단에 깜짝발탁된 뒤 미국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체코도 한국과 동일한 3-4-2-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최전방 공격수 파트리스 시크(레버쿠젠), 중앙 미드필더 토마시 소우체크(웨스트햄), 스리백 왼쪽 스토퍼로 주장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프턴)이 나섰다. 체코는 1m90㎝에 육박한 선수가 8명에 달했다.
앞서 한국은 전반에 유효슈팅 1개 포함 슈팅수 8대2로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40분 손흥민(LAFC)이 전방을 향해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 때린 왼발 중거리슛이 골포스트 옆으로 벗어났다.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한방을 얻어 맞았다. 그러나 황인범과 오현규의 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앞서 전반 4분과 11분경 다수의 멕시코 팬들이 “꼬레아~”, “꼬레아~”를 외쳐줬다. 멕시코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당시 한국이 독일을 잡아준 덕분에 16강에 진출하면서, 손흥민과 한국에 대한 호감이 크다.
박 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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