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 영화 중에 시사회 포함 15편 봤는데, 이 정도면 ‘애매필’이죠?”
영화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20대 서울 직장인 김소정씨는 자신을 ‘애매필’(애매모호한 시네필)이라 소개한다. ‘시네필’(영화 애호가)까진 아니라도 영화 소비에 적극적이어서다. 비슷한 콘텐트가 이어지는 알고리즘에 지쳐 양질의 콘텐트에 집중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애매필’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김씨는 “블로그, 유튜브, SNS를 통해 다각도로 관람평을 접하는 덕에, 골라서 몰입하고 싶은 땐 극장을 찾곤 한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27일 기준) 영화관 매출액은 약 3671억8000만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다.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등 한국영화를 포함해 호평받은 개봉작이 많았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국 역시 상반기 영화 매출액(27일 기준)이 45억6000만달러(약 7조 110억원)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다. 지난 2월 발간된 영진위와 한국생산성본부의 ‘영화콘텐츠 소비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최근 시청자들은 OTT를 통해 취향 맞춤형 장르물을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런 취향 강화가 극장으로 이끄는 동인이 된다.
이른바 ‘젠지’(Z세대)가 올해 극장 수요를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서베이 업체 판당고에 따르면 ‘Z세대’(1997~2012년생)가 지난해 영화관을 가장 많이 찾은 세대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1회 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는 응답자 비율은 Z세대에서 87%에 달해 ‘베이비부머’ 세대 응답률(58%)보다 50% 많다. 국내서도 10~20대는 극장에서 동반 소비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CGV데이터전략팀에 따르면 지난해 4DX관은 10·20대 여성 중심 3인 관객 비중이 가장 높고, 스크린엑스(SCREENX)와 울트라 4DX관은 20·30대 3인 관람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극장가의 ‘호러 붐’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종이신문 이용률이 10대 세대에서 반등한 점도 눈여겨볼 거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결과, 청소년 신문 구독률은 12.7%로 직전 조사인 3년 전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일주일간 종이신문을 읽었다’고 답한 10대의 비율도 2019년(7.8%)과 2022년(11.4%)에 이어 지난해 12.7%로 증가세를 보였다. 온라인에는 책과 신문 독후감을 공유하거나, 오프라인 경제 신문 읽기 모임도 활발하다.
TV 이용률도 소폭 반등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에 따르면, 주 5일 이상 TV를 이용하는 비율은 70.9%로 전년(69.1%) 대비 1.8%포인트 증가했다. 뉴스 시사 프로그램 이용률도 전년 대비 각각 3.2%포인트, 4.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재난·재해 상황에서 TV를 필수 매체로 인식, 알고리즘 기반 정보 소비와 가짜뉴스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영향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선별된 정보와 양질의 콘텐트에 대한 수요는 스마트폰과 SNS 사용에서 비롯되는 ‘브레인 롯’(뇌 썩음)에 대한 경각심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가짜 뉴스와 편향된 주장을 피하려는 수요를 포함해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10대들의 경우, 부모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쇼츠로 상징되는 디지털 중심의 문화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경향이 전통 매체로의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틈새시장이 강화하는 조짐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기성 매체가 SNS를 따라갈 게 아니라 신뢰성 있는 정보에 대한 수요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21일자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CGV LA점 안내문. [웹사이트 캡처]](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09/20250921_193616-350x250.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