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가운데 ‘재향군인병’이라는 별명을 가진 게 있다. 레지오넬라증을 말한다.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 한 호텔에서 열린 재향군인대회에서 집단 발병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221명이 감염돼 34명이 숨졌다. 지난해 한국에서 640명이 산발적으로 발병해 39명이 숨졌다.
레지오넬라증은 대표적 기후 변화 감염병이다. 진드기에 의해 주로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SFTS)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은 28일 ‘2025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를 공개했다. 지난해 감염병 발생이 20.3% 줄었다. 보툴리눔 독소증 같은 1급 감염병이 2년 연속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기후 변화 관련 질환은 늘었다. 기온이 오르면서 레지오넬라균이 더 잘 번식한다. 대형 건물의 냉각탑 수, 에어컨디셔너, 샤워기, 중증 호흡 치료기기, 수도꼭지, 장식 분수, 분무기 등의 오염된 물에 들어있는 균이 비말(미세 물방울) 형태로 호흡기로 감염된다.
발열·기침 등의 초기 독감 증세가 나타나 여름 감기로 오인할 수 있다. 독감형은 자연적으로 회복한다. 폐렴형은 독하다. 보통 치명률이 5~10%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40~80%까지 올라간다.
지난해 640명이 걸려 39명이 숨졌다. 2015년 45명(1명 사망), 2016년 128명(8명 사망)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사망자 36명이 60세 이상 고령자이다. 그래서 고령자 모임인 재향군인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50대 이상 고령자, 만성폐질환자, 흡연자, 면역저하자, 암 환자, 당뇨‧신부전‧간부전 등의 고위험 환자가 감염되면 숨이 가빠지고 호흡 곤란이 찾아와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2002년 일본 온천 목욕장((295명 감염, 7명 사망), 2015년 미국 뉴욕 호텔(138명 감염, 16명 사망), 2023년 폴란드 제슈프 지역(166명 감염, 23명 사망) 등지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적은 없다. 다만 기온 상승으로 냉온수 급수시스템을 사용하는 건물이나 시설이 증가해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SFTS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에 감염된 참진드기에 물려서 걸린다.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인이 환자의 혈액·체액에 노출돼 감염되기도 한다. 치명률은 12~47%이며 2013~2025년을 따지면 18%이다.
지난해 280명이 감염돼 41명이 숨졌다. 감염자 229명, 사망자 38명이 60세 이상 고령자이다. 10년 전 2015년에는 79명이 감염돼 21명이 숨졌다. 10년 새 감염자는 3.5배로, 사망자는 두 배로 늘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10여 년만 해도 제주·경남 등지에 많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에서 발생한다.
게다가 기온 상승 덕분에 진드기 활동 시기가 확대돼 환자 발생 기간도 늘었다. 지난해 새 첫 환자 발생 시점이 2015년보다 5주 당겨졌고, 마지막 환자 발생은 3주 늦춰졌다. 감염 노출 기간이 두 달 늘었다는 뜻이다.
올해 5월 강원도 홍천군에서 텃밭 농사일을 하던 86세 남성이 SFTS에 걸려 숨졌다.
진드기에 물리면 2주 이내 고열(38~40도), 오심,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일 경우 혈소판·백혈구 감소, 다수의 장기 상태 악화로 사망할 수 있다.
텃밭 농사와 일반 농사(과일 농사 포함), 제초 작업(성묘·벌초 포함) 중에 걸린 경우가 가장 많다. 골프·낚시·등산, 산책·조깅, 캠핑·야영 등의 야외 활동을 하다 감염된 경우도 적지 않다.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 모자, 양말 등을 착용해 노출 부위를 줄이고, 기피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야외 활동 후 2주 이내 고열, 구토 등이 있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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