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의회서 고강도 이민단속법 급물살… 셰리프·경찰 “우린 못해”

셰리프·경찰에 불필요한 업무 부담 가중
48시간내 ICE 인도하지 않으면 풀어줘야

조지아대학(UGA) 캠퍼스에서 간호대생 레이큰 호프 라일리가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주 의회에서 초강력 이민자 단속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법집행 기관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연방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내 업무 적체가 수년째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법집행기관의 제한된 역량으로 불법체류 이민자를 단속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조지아 전역 셰리프 12명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하원에서 통과된 두 법안(HB 1105, HB 301)이 경찰에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이들 법안은 지역 경찰과 셰리프국에 불법 이민 의심자를 검문해 불체자일 경우 ICE 인도 전까지 구금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어길 경우 고발 조치할 수 있는 규정을 담고 있다.

또 지난 2011년 조지아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287(g) 프로그램을 강화해 경찰이 불체자 검문을 소홀히 할 경우 소속 카운티의 예산을 삭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지방 법원과 경찰, 셰리프에게 ICE의 업무를 대리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287(g) 프로그램은 바이든 행정부들어 축소돼 왔다. 캅과 귀넷 카운티에서는 2020년 민주당 소속 셰리프국장이 선출되면서 종료됐다.

문제는 이민 및 체류신분 정보를 관리하는 ICE의 협조 없이는 지방 경찰이 단속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불법체류 의혹으로 구금하더라도, 48시간으로 정해진 법정시한 내에 ICE가 용의자를 인도받지 않으면 풀어줄 수밖에 없다. 테리 노리스 조지아셰리프협회 이사는 “용의자가 가명 등 허위 신분을 사용하거나 초범인 경우, 체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ICE는 과거 이민법 위반자들의 정보만 보관하고 있다.

경찰이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ICE 업무에 치중할 경우, 치안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하워드 실즈 퍼트넘 카운티 셰리프는 ‘HB 1105’ 법안에 대해 “불법 이민 의심자를 체포하고, ICE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는 모든 과정을 보고서로 작성해 공개 게재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경찰이 해야 하는 관료적 서류 업무가 늘어날 수록, 주민들이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오바니 세라노 조지아 라티노인권단체(GLAHR) 활동가는 “이 법은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에 기반해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과 인권 침해를 부추겨 경찰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지아셰리프협회에 따르면, 주 전역 셰리프 120명은 이미 ICE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크레이그 오웬스 캅카운티 셰리프는 “일선 경찰의 의견 수렴도 없이 법안을 상정한 것 자체가 의회의 책임”이라며 “경찰 누구도 합법적 미국시민을 구금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