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 창고서 밀입국 이주민들 하루 13시간 노동착취

강제노동·인신매매 의혹도 받아
감독 책임 사바나 정부는 ‘깜깜이’

이주노동자 수십 명의 임금을 주지 않은 조지아주 사바나 물류 창고 기업에 대해 연방 이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불법 입국한 서류미비자로, 인신 매매와 강제 노동 의혹도 불거졌다.

사바나 지역방송국 WTOC-TV는 24일 연방 국토안보부(DHS)가 조지아수사국(GBI)으로부터 사바나 물류창고 임금체불 사건을 인계 받아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9일 중국 출신 이민자 남성 13명이 사바나 시 경찰서에 이그린(Egreen) 운송업체의 임금 체불 사실을 고발하며 처음 알려졌다. 이들은 시간당 18달러의 임금과 숙소, 교통편을 약속받고 중국에서 45일간 9개 국가를 거쳐 미국에 밀입국했다. 하지만 하루 13시간씩 주 7일 택배 상하차와 상품 분류 업무를 한 달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자 이웃의 도움을 받아 업체를 경찰에 신고했다. 업체는 이들이 임대료, 항공권 등으로 진 빚이 11만 달러에 달해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이들을 해고했다.

사바나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해당 업체에서 중국 출신 외 이주노동자 십여명이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동에 동원된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모두 서류미비 신분으로, 운송업체가 인력 대행소를 이용해 불법 입국을 알선하고, 강제 노동을 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그린 회사는 조지아가 아닌 캘리포니아주에 물류업체로 등록돼 있는데, 사기 및 장물 수수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혐의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이그린 공장이 사바나 경제개발청(SEDA) 소유 부지임이 드러나면서 당국의 직무 유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SEDA는 2016년 뉴욕에 본사를 둔 가구회사 사파비에(Safavieh)와 공장 부지 임대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회사가 다시 공장을 메이락(Mayrock)에 전대(재임차)했다. 메이락은 이그린과 동일한 소유주에 의해 운영된다.

현행 조지아 주법상 지방정부는 기업에 직접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 이에 지방 정부는 부동산을 싼 가격에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기업을 유치해왔다. 트립 톨리슨 SEDA 청장은 “사파비에는 2026년까지 10년간 재산세 경감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사바나에 사업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SEDA는 정부 소유 부지를 임대 또는 전대하는 회사에 대해 매년 임차 조건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톨리슨 SEDA 청장은 개발청 소유 부지에서 인신매매 혐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건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