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시, ‘빈집세’ 부과한다

투기 목적 빈집 소유한 타주 거주자 타격

애틀랜타 시가 폐가성 빈집에 현행 세율의 25배에 달하는 부동산세를 매기는 조례를 제정했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이 도시 경관을 해치고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방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5일 애틀랜타 시의회는 ‘빈집세'(Blight Tax) 신설 조례를 찬성 11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안드레 디킨스 시장과 바이런 애모스 3지역구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이 법안은 시 당국이 도시 내 버려진 부동산을 단속해 빈집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시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비위생적이거나 안전하지 않은 주택”을 빈집으로 정의했다. 환기 및 채광 시설이 부족하고,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공간 역시 과세 대상이다. 다만 법안이 저소득층 강제퇴거의 근거로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인 이상 실주거용 주택은 폐가로 간주하지 않는다. 폐가를 재개발해 생산성을 높이면 징벌세를 면제하며 완공 후 2년간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애모스 의원은 법안 가결 뒤 “폐가는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며 안전사고 및 범죄 발생 확률을 높인다”며 “시 당국이 폐가로 인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안전서비스 비용을 지출하는 만큼, 폐가 소유주는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조지아텍 연구에 따르면 애틀랜타는 빈집과 관련된 소방 및 경찰 서비스에 매년 최대 296만 달러를 지출한다.

빈집세 도입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기대하고 황폐화된 부동산을 방치한 집주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애틀랜타 비즈니스 크로니클(ABC)은 “20세기 후반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 시작된 애틀랜타 웨스트사이드 지역은 건설업자의 최고가 매수 제안만 기다리는 투기 목적의 빈집 소유자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주거지원 비영리단체인 웨스트사이드 퓨처 펀드(WFF)는 지난해 빈집을 고쳐 저소득층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69곳의 빈집 소유자에 최대 200만 달러의 매매가를 제시했지만 매수에 실패했다. 존 아만 WFF 대표는 “빈집 소유자 대부분이 조지아에 살고 있지 않다”며 “그들은 지역사회 발전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시장 서명 후 즉각 발효된다. 시 당국이 빈집세를 부과하면 법원이 30일 내에 부동산 소유주와의 청문회를 통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전망이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