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부서도 반발 잇따라
소비재 가격 오르기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협상 시한인 1일을 하루 앞두고 “승리”라고 자평하는 반면 장기적으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 국가간 관세 조율 협상 결과를 반영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오는 7일 0시1분부터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개월간 일방적인 고율 관세를 밀어붙이며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교역국들과 무역 협상에 돌입했고, 주요국들과의 양자 합의를 연이어 끌어냈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감세안) 통과와 무역협상 타결로,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올해 하반기엔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관세 전략의 핵심은 ‘미국 시장의 지렛대(leverage)’라고 한다. 미런은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관세를 해로운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이 가진 지렛대를 과소평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역 적자가 큰 미국 시장은 외국 수출국들이 관세를 감수하고라도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 점이 협상력을 높여줬다”고 부연했다.
관세 부과 발표 당시 나왔던 경제 불확실성과 위기감 우려에 대해 미런은 “미국이 가진 영향력의 크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가진 영향력의 크기를 알고 있으며, 그 영향력을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의 협상에서 투자 금액을 펜으로 직접 수정하는 등 세세한 조율까지 챙겼다고 한다.
CNN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법’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세관 수입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주식시장은 관세 불확실성을 딛고 최근 수주간 사상 최고치 근처를 오갔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미국 경제는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CNN은 “트럼프가 진정한 승리 선언을 하기엔 시기상조”라고도 짚었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한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중국과의 협상도 오는 11월까지 90일간 유예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돼 사실상 교착상태에 가깝다. 협상 11시간 만에 타결한 EU 내부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양보”(베른트 랑케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라는 등 반발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부 소비재 가격은 이미 오르기 시작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0.3%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연준(Fed)은 7월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며 향후 인하 기대감을 일축했다.
금리 상승 기대가 꺾이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금에 몰렸다.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8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날보다 0.1% 하락한 3348.60달러에 마감됐다. 금 현물은 장중 한때 1% 넘게 오르다가 한국시간 기준 1일 오전 2시 54분 전날보다 0.6% 오른 3294.56달러를 기록했다. 제이너 메탈스의 부사장이자 수석 금속 전략가인 피터 그랜트는 “8월 1일 관세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무역 불확실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이에 따라 안전자산 수요가 약간 되살아났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