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도 ‘안전보장군’ 현실성은…“한국 모델, 최대 15만명 필요”

유럽은 3만명 수준 검토…미는 “파병 없다”
싱크탱크 “나토 군사계획에도 공백 초래”

미국과 유럽이 전후 우크라이나에 배치할 유럽 주도의 일명 ‘안전보장군’(reassurance force) 구상에 집중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유럽 스스로도 병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억지할 수 있는 수준의 조치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 주축으로 안전보장군 구성이 처음 거론됐을 당시에는 유럽이 3만명 규모 병력을 파병하되 지상군보다는 공중·해상 방어 임무에 초점을 뒀다. 지상군 투입 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직접 충돌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까지 이런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유럽 정상 간 다자회담에 참석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상군 배치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군사과학 전문가인 나티아 세스쿠리아는 21일 유락티브에 “언제든지 지상군 수만 명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고, 이는 유럽 국가들이 홀로 지키기 어려운 엄청난 군사적 공약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3만명 병력으론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특히 유력한 옵션으로 검토되고 있는 ‘한국식 해법’도 우크라이나에 적용하려면 유럽의 대규모 파병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독일 싱크탱크 국제안보연구소(SWP)는 최근 정책 토의 문건에서 한반도 군사분계선이 249㎞, 현재 미군 주둔 규모가 약 3만명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식 모델을 우크라이나에 적용하려면 최소 4만명에서 최대 15만명의 유럽군 파병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국경 길이가 2300㎞에 달하는 탓이다.

아울러 유럽 상비군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파병 시 나토 군사 계획에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나토 유럽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별개로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 감축을 시사한 터라 단기간에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병력을 증강해야 하는 중대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결국 안전보장군이 명칭에 걸맞은 억지력을 발휘하려면 유럽이 주도하더라도 미국의 적극적 관여가 핵심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까지 ‘소극적 참여’ 방침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미군 파병에는 선을 그었다.

이에 군사정보 공유나 공중전력 지원 등 제한적인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 19일 유럽국 군 관계자들과 회의에서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안전보장군 윤곽이 구체화하더라도, 러시아는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 고문은 “우크라이나를 ‘안심’시키기 충분한 어떤 조처든 러시아는 도발적이며 수용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