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학생을 둔 부모의 시름이 깊다. 미국 달러당 원화값이 7개월 만에 1460원대까지 추락하면서다(환율은 상승).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7일 달러당 원화값은 야간 거래에서 1461.5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됐던 지난 4월 9일(1472원) 이후 가장 낮은 원화값이다.
원화는 지난주 주요국 통화 중 가장 약세였다.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0월 말 달러당 1433원이었던 원화값이 일주일 새 28.5원(약 2%) 폭락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약 0.15% 절상하는데 그쳤다. 특히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통화 중 유럽연합(EU)의 유로(0.23%)와 일본 엔(0.33%), 영국 파운드(0.11%)도 소폭 절상했다. 스위스 프랑(-0.1%)과 스웨덴 크로나(-0.42%)는 달러 대비 약세지만 원화 하락 폭에 비해선 미미했다.
유독 원화값이 약세를 띤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영향이 컸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주식 순매도는 ‘원화를 팔고 미국 달러를 사는 흐름’이기 때문에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3~7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1511억원을 팔아치웠다. 주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한 달 동안의 외국인 순매수(5조1665억원)도 일주일 매도 폭격에 상쇄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인공지능(AI) 거품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다. 최근 코스피는 ‘반도체 수퍼사이클’ 훈풍에 힘입어 역대 최고가 랠리를 이어온 만큼 충격은 더욱 컸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치솟던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서자 원화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열풍 등 구조적인 변화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국제 금융센터에 따르면 10월 중 국내 개인 투자자가 68억1000만 달러(약 9조9282억원) 상당의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 달 전(27억7000만 달러)보다 2.5배 불어난 순매수 행렬로 2011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서학 개미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해외 증권투자,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등으로 국내 달러 공급이 빠르게 외부로 재유출되는 흐름이 고착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미관세 협상 결과도 외환시장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연간 200억 달러(약 29조원)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 투자된다는 점도 원화 펀더펜탈(기초체력)의 약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더욱이 정부가 고려한 현금 투자 재원 조달 방식 중 하나인 외화자산 위탁 운용 수익률은 4년에 1번꼴로 마이너스다(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 자료). 10년간 총 2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원 조달 가능성에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다.
이제 외환시장은 달러당 원화값이 단기 저항선인 1480원 선을 뚫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원화값은 지난 4월 9일에 기록한 1484.1원(주간 종가)이다. 연말까지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진다면 ‘1400원대 환율’이 새로운 기준선(뉴노멀)이 될 수 있다. 이미 올해 달러당 원화값은 연평균 기준으로 처음으로 ’1400원대‘ 진입 문턱에 있다. 이달 7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평균 달러당 원화값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14.2원이다. 지난해 연평균 원화값(1364.4원)과 비교하면 49.8원 급락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서학 개미 열풍 등 구조적으로 원화 약세 요인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랠리가 멈춘다면 1480원 선은 물론 1500원 선까지 깨질 수 있다”며 “기업들은 내년 전망을 짤 때 환율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선이 깨지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까지 국내 경제 지표는 양호한 흐름을 보여 외국인 자금도 다시 유입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적어도 1480원 선이 하단(연저점)이 될 것”으로 봤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이미지 사진. [출처 셔터스톡]](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05/shutterstock_2333335687-350x250.jpg)

![이미지 사진 [출처 셔터스톡]](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05/shutterstock_2339956111-350x2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