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세계인이 한식 관습화를 위한 총 5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그중 K-푸드 관습화의 성패를 가를 가장 뼈대가 되는 작업이 민관 협력형 권역별 B2B 물류 거점 구축이다.
현재 논의되는 농협 주도의 AI 유통이나 단일화된 수출 플랫폼은 한국의 수출 실적을 올리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해외 현지 한식당들의 실질적인 고충을 해결하지 못한다. 레스토랑 디포(Depot) 같은 현지 대형 도매상에서도 제대로 된 한국산 정통 장류나 특수 식자재는 구하기 어렵거나 가격표가 터무니없이 높다. 한식당들이 원가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타민족 마트의 저렴한 유사 식재료(중국산 고춧가루, 일본산 간장 등)로 타협하게 되면, 한식의 정통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세계한식총연합회 산하애 ‘권역별 식자재 공동구매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필수다. 개별 식당이 각자 수입업자를 통해 소량 구매하는 구조를 탈피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해외 주요 권역별로 현지 한식당 경영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B2B 식자재 협동조합’이 설립된다면 수백 개의 식당이 연간 소요되는 필수 식자재(고추장, 된장, 간장, 고춧가루, 젓갈류, 튀김가루 등)의 물량을 취합하여, 한국의 지자체 특산물 생산자나 제조사와 컨테이너 단위의 연중 직거래 계약을 체결할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중간 유통 마진이 크게 줄어 원가 경쟁력도 저절로 확보될 것이다.
권역별 물리적 거점 즉 피지컬 허브(Physical Hub) 구축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 동남부 상권의 폭발적인 성장을 소화하기 위해 조지아주 애틀랜타/둘루스 인근에 ‘동남부 한식 물류 허브’를 구축한다면 인접한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앨라배마 등의 한식당 수요까지 연중 상시로 커버할 수가 있다. 미 서부(LA 중심), 동부(뉴욕 중심), 유럽(프랑크푸르트 중심)도 마찬가지다. 또 이러한 거점 창고에는 상온 및 콜드체인(냉장/냉동) 시설을 완비하여, 현지 한식당들이 언제든 당일 혹은 익일에 안정적으로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상의 프로젝트는 민간 연합회의 의지만으로는 자금력이 부족하다. 국무총리실 산하로 격상될 연합회에 정부가 초기 인프라 지원, 현지 한식당 식재료 원가 절감을 위한 물류비 및 관세 보조, 미국 규제에 막히지 않도록 FDA 통관 패스트트랙 같은 마중물 역할을 지원해야 실현 가능하다.
권역별 물류 거점이 완성된다면 해외 한식당들은 연중 최고 품질의 한국산 식자재를 저렴하게 공급받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역 농가와 식품 제조 기업들도 확실하고 거대한 해외 수출 판로를 확보하게 되어 대한민국 전체 경제 이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