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는 일반 궐련 담배보다 ‘가벼운 담배’로 인식되지만 폐와 뇌, 혈관과 대사계까지 손상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자담배 흡연 시 나오는 기체가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라 니코틴과 중금속, 독성물질을 품은 나노입자 에어로졸이라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호흡기내과 변민광 교수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의대 로렌 E. 월드 교수, UC샌디에이고 의대 로라 E. 크로티 알렉산더 교수와 함께 전자담배가 인체 여러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년간 축적된 전 세계 전자담배 관련 핵심 연구 140여편을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 액상은 기기에서 가열되며 미세먼지보다 작은 나노입자 형태의 에어로졸로 바뀌어 공기 중에 떠다니고, 흡입 시 폐포와 혈관 깊숙이 침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에어로졸이 공기를 오염시켜 흡연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담배 노출에 따른 가장 흔한 반응은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염증 반응이었다. 문제는 영향 범위가 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전자담배가 폐뿐 아니라 뇌, 심혈관, 대사 시스템 등 거의 전신에 걸쳐 독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보다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최대 1.4배 높았다.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여성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3.9배까지 치솟은 사례도 보고됐다. 니코틴과 나노입자는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해 동맥경화와 혈압 상승, 동맥 경직도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 미치는 악영향도 확인됐다. 전자담배는 뇌의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직접적인 염증을 일으켜 인지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뇌의 포도당 이용률을 낮춰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손상을 더 심각하게 만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간접흡연 우려도 적지 않았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은 벽지나 가구 표면에 달라붙는 ‘표면 침착’을 일으켜 환기 뒤에도 몇 달씩 남을 수 있다. 이른바 3차 간접흡연 형태로 이어져 영유아나 반려동물에 독성 노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변민광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담배가 단순히 폐 건강에만 국한되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걸쳐 여러 장기에 독성을 유발한다는 학계의 공통된 결론을 도출해낸 것”이라며 “달콤한 향기에 가려진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일반 대중과 정책 입안자, 의료 전문가 모두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약리학 분야 리뷰 저널인 ‘Annual Review of Pharmacology and Toxicology’에 게재됐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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