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혁명이냐, 반칙이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벤트가 24일 첫선을 보인다. 약물을 전면적으로 허용해 ‘스테로이드 올림픽’이라는 별명이 붙은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이다. 인간의 한계를 증강시킨다는 뜻을 담아 출범한 이 대회는 수영·육상·역도 등 세 종목으로 치러지며 스트롱맨 경기는 별도 전시 이벤트로 진행된다. 무대가 향락 이미지가 강한 카지노 도시여서 의미심장하다.
인핸스드 게임은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는 새로운 글로벌 스포츠’라고 스스로를 정의 내리며 “완벽한 통제 아래 과학과 혁신을 통해 경기력을 증강시켜 전통적인 스포츠에 도전하겠다”고 주장했다. 운동선수의 탁월함에 대한 보상, 과학적 혁신, 인간 잠재력에 대한 도전 등이 이들의 슬로건이다.
2012 런던 하계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100m 은메달 등 올림픽 메달을 3개나 딴 호주의 제임스 매그너슨,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50m 은메달을 획득한 벤 프라우드(영국),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육상 100m 은메달리스트 프레드 컬리(미국) 등 출전 선수는 약 40명에 이른다. 관중은 초청받은 2500명만 입장할 수 있다. 주최 측은 출전 수당과 세계 기록 달성 시 포상금 100만 달러를 미끼로 세계 정상급 선수를 유혹했다. 총 선수 보상 규모는 2500만 달러(약 37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16주간 아부다비에 모여 캠프를 하면서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증강 처방’을 받았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철저히 금지하지만, 인핸스드 게임에서는 허용하는 약물을 맞춤 제공받은 것이다. 영국 BBC는 이들이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테스토스테론·스테로이드·각성제 등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최 측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로 엄격한 의료 감독 아래 약물을 투입하고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WADA는 지난해 “비도덕적이고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인핸스드 게임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세바스찬 코 세계육상경기연맹 회장은 “대회 참가자는 멍청이”라고 말하며 출전자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세계수영연맹은 회원들의 대회 참가를 금지했다. 인핸스드 게임은 이 같은 조치에 소송을 걸었지만 미국 연방법원은 경기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한 육체적 경쟁을 위해 국제 스포츠계는 수십 년 동안 약물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공정성을 해치는 약물 복용은 스포츠의 설 자리를 뿌리째 흔드는 금기 중의 금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인핸스드 게임의 지지 세력은 도핑과의 전쟁은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가 없으며, 도핑을 은폐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오히려 선수들의 건강을 더 나쁘게 한다고 맞서고 있다. 통제된 방식으로 약물을 허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인핸스드 게임이 바이오 산업은 물론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인핸스드 게임을 후원하는 한 회사는 개인 맞춤형 보충제를 출시하면서 “호르몬 대체요법과 펩타이드를 활용해 건강 증진과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했다. 인핸스드 게임의 공동 창립자인 독일 투자가 크리스찬 앙거마이어는 “인핸스드 게임을 보고 나면, 소비자들은 그것을 자신의 삶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기업 팔란티어의 창립자로 효율을 극도로 중시하는 억만장자 피터 틸, 도널드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도 후원자다.
약물 복용 이후 신체가 크게 벌크업된 영상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된 매그너슨은 “부작용의 징후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30시간 훈련을 하는 건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지만 건강엔 도움이 안 된다.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항변했다.
김홍식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인핸스드 게임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 대회를 비난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인간의 욕망, 자본의 추동에 의해 인핸스드 게임과 같은 흐름이 더 폭발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IOC가 위기로 받아들일 만하다”고 평했다.
이해준 기자
![파리올림픽 남자 100m 동메달리스트 미국의 프레드 컬리. 이달 미국에서 열리는 인핸스드 게임에 출전한다. 공식적으로 약을 먹고 출전해도 되는 ‘도핑 올림픽’이다. [AP=연합뉴스]](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6/05/올림픽-750x500.jpg)






![애틀랜타 블레이저스 소속 지민형 선수의 경기 모습. [MLTT 제공]](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11/Screenshot-2025-11-25-151934-350x250.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