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지난 수년간 다운 타운을 자주 오르 내리고 있다. 은퇴한지도 벌써 한참 되어서 이제는 항상 무엇을 하던 빨리 빨리 하던 한국인 특유의 기질은 모두 사라졌다. 가끔 고속도로를 달리면 모두 얼마나 바쁜지 초스피드로 지나가는 차량들을 보면서 ‘무엇이 바쁘기에 저렇게 빨리 달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편안하게 천천히 다닐수 있는 뒷길을 찾아 다니니 그처럼 편할 수가 없다. 시간도 고속도로와는 대략 20분 정도 차이 밖에 안 난다.
대부분이 주택가 길이고, 애틀랜타 특유의 숲속길이다. 영상을 찍어 보면 깊은 산속을 달리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 뒷길을 그냥 운전만 하면서 사계절을 다니다 보니 계절마다 다른 뒷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말이 뒷길이지 2블럭만 가면 바로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이다. 도심이 이런 깊은 숲속에 묻혀 있다는 것이 다른 도시에서는 볼수없는 풍경이다.
지난 5월은 날씨도 쾌청해 차창을 내려 놓고 지나다 보면 집사람은 냄새란 냄새는 모두 찾아낸다. 아내가 여기 저기 길옆과 정원에 보이는 잎이 크고 푸른 초록 나무에 큰 봉오리의 흰꽃을 보고 옛적 타주에 있을 때 집주위에 있던 매그놀리아 나무가 아니냐고 물어본다. “그러네! 매그놀리아 나무인데 왜?” 물으니 집사람이 “지날 때마다 상쾌한 시트러스(Citrus) 향이 난다”고 답했다. “시트러스? 무슨 향인데” 하니 오렌지, 레몬, 라임 등에서 나는 상쾌하고 은근한 향이란다.
옛적 타주에 있던 집 주변에는 매그놀리아 나무가 사방에 퍼져 있어 늦은 봄 5~6월이면 그꽃의 향기가 집 주변에서 풍겼던 아련한 옛추억의 향기를 여기서 다시 느끼니 옛 동네의 그리웠던 추억이 되살아 나는 모양이다. 이 산뜻하고 은은한 향기는 생활에 지친 우리들의 심신을 안정 시키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매그놀리아는 목련과의 나무라 비슷한 목련향이 나기도 한다. 청초하고 화이트 플로럴의 꽃잎은 한꺼번에 떨어 지지 않는다. 한입씩 갈색으로 변하면서 나무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빠르게 흘러가는 봄의 덧없는 짧은 세월의 허무함이 우리들 인생의 지나간 삶의 파노라마를 느끼게 하는 그런 시간이다.
은은하고 청초한 향을 풍기면서 한잎 두잎 백옥의 꽃잎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살포시 떨어져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 가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제 남은 우리들의 시간도 매그놀리아 향기 풍기는 청초하고 은은하며 향긋한 남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6월의 화창한 계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