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종교적 사회에서 세속적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의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논문은 현재 미국의 종교 상황을 “개인 생활에서 종교의 중요성이 감소하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이 논문은 스위스 로잔대 요르크 슈톨츠 종교사회학 교수와 장-필리프 안토니에티 심리학 교수, 영국 옥스퍼드대 난 디르크 더 그라프 사회학 교수, 퓨리서치센터 콘라드 해킷 인구학자가 공동 집필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인과 종교의 관계가 투표와 교육, 사회 서비스, 시민단체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에서 종교 예배 참석과 교단 소속 신자의 감소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바꾸며 자선과 교육, 지역 정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더 나아가 출산율 같은 핵심 사회 지표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미국의 비종교인 비율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11개국과 지역에서 실시한 조사 자료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세속화 과정을 ▶사람들이 종교 활동에 덜 참여하고 ▶개인의 삶에서 종교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종교에 소속된 이들 자체가 줄어드는 세 단계로 나누었다. 연구진은 이를 ‘참여-중요성-소속(P-I-B)’ 순서로 분류했다. 해킷 인구학자는 “사람들은 먼저 시간과 자원이 많이 드는 종교 활동을 줄이고 종교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늦게 버린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세대별로 종교 참여와 중요성, 소속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예배에 참석할 가능성이 15%포인트 낮다. 종교가 삶에서 중요하다고 말할 가능성도 29%포인트 낮다. 종교 소속을 밝힐 확률은 무려 45%포인트나 낮았다.
반면 아프리카 국가 다수는 아직 첫 단계에 있으며, 유럽의 많은 국가는 이미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 세 번째 단계 국가에서 노년층은 여전히 종교적 소속감을 유지하지만 청년층은 소속된 종교가 없는 이들이 많다. 다만 연구진은 옛소련 시절 종교 탄압 이후 민족주의적 종교 부흥을 겪은 동유럽 정교회와 이슬람권 국가처럼 세 단계 모델에도 예외가 있다고 밝혔다.
해킷 인구학자는 “종교적 배경에 따라 국가별 세속 전환의 속도와 단계는 다르다”며 “기독교나 불교가 주요 종교인 국가들은 대부분 중기나 후기 단계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세속화 전환이 모든 나라에서 동일하게 진행되거나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퓨리서치센터의 퍼트리샤 테빙턴 연구원은 “미국에서 종교와 무관한 사람들의 비중은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적어도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세속화 과정이 단기적 변화가 아니라 세대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장기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분석에 따르면 이 과정은 몇 세기에 걸쳐 진행될 수 있고 국가별로 단계가 바뀌는 시점과 경로가 다르다. 연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정책 결정자와 종교 단체, 시민단체는 앞으로 종교 공동체를 기반으로 형성된 네트워크가 점차 바뀌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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