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Water Damage)는 주택보험 클레임에서 가장 빈번하게 청구하는 항목 중 하나이다. 파이프가 터지고, 세탁기에서 물이 흘러 나오고, 지하실에 물이 찬다든가 하는 것이 ‘물난리’에서 가장 흔히 일어나는 사고들이다. 이번에는 세탁기에서 물이 새는 경우를 알아 보자.
‘기세탁’씨는 몇 달 전에 세탁 도중 세탁기 밑에 물이 조금씩 고이는 것이 보였다. 살펴보니 세탁기에 문제가 있어 물이 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걸레로 닦아내고 나니 아무렇지 않았다. 잠깐 빨래감을 너무 많이 넣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났지만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며칠 전 마루바닥을 발로 딛으면 조금씩 물렁물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마루가 겉만 멀쩡했지 속은 온통 다 섞고 짓물러 있었다. 보이지 않게 세탁기와 수도파이프 이음새 부분에서 조금씩 꾸준히 흐른 물이 마루를 온통 망가뜨린 모양이었다. 막상 알고 나니 기가 막혔다.
주택보험이 들어 있는 보험회사에 얼른 연락하여 클레임을 신청하자 클레임 담당자 (Adjuster)가 나와 이것저것 조사해 본다. 그런데, 한참 후 이 담당자 왈 “어쩌면 이번 클레임은 커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일러준다.
이유인즉, 갑작스럽게 물이 터져 생긴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니 이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보험에 들어 있으면 고의로 저지른 것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모든 것이 커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보험은 갑작스레 일어 난 사고로 생긴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일어난 결과로 빚어진 피해는 보상받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세탁기, 그릇세척기, 온수기 등 가정용 기기에서 서서히 조금씩 오랫동안 새어 나온 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험회사가 책임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상수도 파이프가 갑자기 터지지 않고 서서히 오랫동안 적은 량의 물이 새어 나와 생긴 피해도 마찬가지이다. 물이 흘러 나와 고이는 것이 가끔 보였을 때 얼른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방치했다는 죄(?)에 대한 벌(?)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미심쩍은 문제점이 발견되면 미리미리 면밀하게 살펴보아 피해를 일차적으로 막는 것이 보험가입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기세탁’씨의 경우, 만일 세탁기에서 많은 양의 물이 갑자기 흘러 나와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보상 받을 수 있다. 갑작스런 돌발사태로 생긴 피해이기 때문에 보상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탁기 부근에서 물이 흘러 나오는 사고는 세탁기 자체에 구멍이 나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세탁기로 들어가는 수도파이프와의 연결부분 시원찮게 연결되어 있어 많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험에는 항상 디덕터블이 있기 때문에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에서 보상 받는다고 해도 디덕터블은 내 주머니에서 나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매우 번거롭다. 그러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잘 살펴 미리미리 손써서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 것이 상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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