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이상의 직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폴리워킹(복수 근무)’ 현상이 퍼지고 있다.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져 부업이 필수가 된 시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가 노동통계국(BLS)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복수 직업을 가진 근로자는 894만 명을 넘어섰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4월에는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문라이트(야간 부업)’로 불리던 현상은 최근 폴리워킹이라는 이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한 직장에서 업무를 마친 뒤 컴퓨터 탭 하나만 닫고 곧장 다른 업무를 시작하는 식의 병행 근무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늘어나는 추세다.
버닝글라스연구소의 가이 버거 경제 연구부문 디렉터는 “팬데믹 이후 인력난으로 인해 일부 기업은 직장인의 부업을 더는 문제 삼지 않게 됐다”며 “특히 사무직 종사자 사이에서 복수 근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학력자의 비중도 높은 것도 최근 복수 직업 근로자의 특징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복수 근무를 하는 사람 중 약 50%는 4년제 학위를 보유한 고학력자였다. 이는 2014년 44%에서 증가한 수치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2024년 보고서에서는 Z세대의 45%, 밀레니얼 세대의 36%가 풀타임 혹은 파트타임 부업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주업의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서”였다.
실제로 4월 실업률은 4.2%로 낮고,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년 대비 3.8% 상승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지만, 많은 근로자는 주거비와 생활비의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뉴욕주립대 사회학 교수 에린 해튼은 “폴리워킹이라는 말이 자율성과 커리어 독립이라는 이미지를 주지만, 현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임금 일자리를 여러 개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제적 불안과 구조적 불균형이 부업 확산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