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을 펴면서 구체적 ‘수치’를 대는 것을 좋아하지만 황당하거나 아예 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22일 공화당 소속 연방의회 의원들을 초청해 연 리셉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값 인하 방침을 강조하면서 “30이나 40 퍼센트 정도만 해도 대단하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또 50(퍼센트)이나 60이 아니라, 1천 퍼센트, 600 퍼센트, 500 퍼센트, 1천500 퍼센트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최대 비율은 100 퍼센트이며, 가격 인하를 1천500 퍼센트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민주당 측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조롱하면서 물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휘발유는…서로 다른 5개 주에서 갤런당 1.99달러가 됐다”고 말했으며 이 때 의원들은 박수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휘발유가 2달러대 초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 선도 깨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각 주의 휘발유 평균 가격을 조사해 공개하는 미국자동차협회(AAA) 사이트를 보면 모든 주에서 휘발유 가격이 2달러를 초과했으며, 3달러에 큰 폭으로 미달하는 경우는 단 한 주도 없었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최근 4개월간 기업들이 미국에 16조 달러를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이 사실일 리는 없다. 작년 미국 전체를 통틀어 따져도 경제 규모가 30조 달러 미만이었다고 WP는 지적했다.
백악관 공보담당 직원 쿠시 데사이는 WP의 질의에 “팩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건강보험, 외교정책, 국가안보에 역사적 진전을 가져왔다는 것”이라며 “그가 미국민들을 위해 거둔 이런 승리를 자랑하는 것은 올바르며, 가짜뉴스가 의미없이 사소한 꼬투리를 잡더라도 그 점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지난 24일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에게 연준 본부 건물 2곳 리노베이션 비용이 27억 달러에서 31억 달러로 불어났다고 주장하면서 “방금 나온 자료”라며 종이를 보여줬다.
그러자 파월 의장은 종이를 읽어보고는 다른 청사 비용이 끼어들어가 있다고 지적하며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지어지고 있는 건물”이라고 재반박을 시도했으나 파월 의장은 즉석에서 “아뇨. 5년 전에 지어졌어요. 마틴(다른 청사의 명칭)은 5년 전에 공사 끝났어요”라고 트럼프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또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추진해온 감세 포함 예산법안이 이달 3일 최종적으로 통과되기 전인 5월 30일에 “(만약 내가 추진하는 감세 포함 예산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금이 68% 오르게 된다. 이런 수치는 전대미문이다. 세금이 엄청나게 오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6월 26일에도 “생각해보라. 68%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세금이 약 7.5% 오르게 된다고 지적해왔다.
팩트체크에 나선 몇명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 불발시 세금 인상 68%’ 주장이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추정해보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로 활동할 당시에도 본인의 부동산 등 재산이나 가격이나 장점 등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2024년 2월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사기 혐의 민사재판 1심 판결문에 그가 아파트 면적을 실제의 3배로 부풀렸다고 판시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WP 팩트체커 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2017년 1월 20일∼2021년 1월 20일)에 도합 3만573건의 그릇된 주장을 폈다. 하루에 약 21건 꼴이다.
그는 대통령선거 직전일인 2020년 11월 2일에는 여러 곳에서 유세를 펼치면서 하루에 503건의 거짓 주장을 내놓았다고 WP는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