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쓰레기(scumbag)였다. 그렇다고 그가 죽어 마땅하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누군가 최근 총격으로 숨진 극우 선동가 찰리 커크에 대해서 한 말일까? 아니다. 커크가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해서 한 말이다.
플로이드는 2020년 미네소타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이다. 그로 인해 미 전역과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퍼졌다. 이때 커크는 플로이드를 쓰레기라고 깎아내리고, 심지어 사망 원인을 약물 과다복용이라고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그는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선거에서 대규모 부정 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60여 건의 소송과 감사에서 부정 선거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사용과 백신에 반대하기도 했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로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 그의 총격 사망으로 미국의 극우 선동 정치는 다시 꿈틀대며 온갖 가짜 뉴스와 과격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커크의 세계관은 단연코 증오가 지배하는 극우 보수였다. 그가 만든 단체 터닝포인트 USA(TPUSA)는 그 기반 위에 성장했다. 5500만 달러 예산을 굴리며 400여명이 넘는 직원이 있고, 미국 내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3000여개 지부를 운영했다. 그는 SNS에서 600만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었고, TPUSA 연례행사에는 1만여명이 몰렸다.
그는 반이민 정책에도 앞장섰다. 이른바 ‘불법이민’을 “미국의 안전과 정체성에 대한 위협”이라며 서류미비자들이 범죄율을 높이고, 사회 복지를 남용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다. 합법이민 축소도 주장했고, 가족이민과 난민 수용 확대를 반대했다. 그는 이런 말을 쏟아내고 다녔다.
“미국은 이민을 40년간 중단하고 외국 출신 인구 비율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을 때 최전성기였다. 우리는 그런 조치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미국은 1924~1965년 아시안 등 외국인 이민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이를 통해 1970년 미국 내 외국 태생은 4.7%로 사상 최저였다. 2020년 기준 13.7%의 3분의 1 정도였다. 그럼 당시 미국이 최전성기였나?
1939년까지는 대공황이었고,1945년 이후 이른바 ‘황금기’는 세계대전 이후 전쟁 특수와 기술 발전, 대규모 정부 투자로 이뤄낸 경제 부흥이었다. 학계 어디에서도 이민이 적으면 경제가 번영한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인종차별이 극심해지고, 인권 침해가 심해진 때로 평가된다.
커크는 사망 며칠 전 한국에서 “범죄는 선택”이라며 구조적 문제보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규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한국처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한국은 철저한 총기 규제 사회다.
그는 규제가 총기 폭력을 줄이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해마다 몇 건의 총기 사망자가 나오는 불행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는 헌법의 개인 총기 소유 권리를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몇 건의 총기 사망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세상을 떠났다. 총기 규제가 부족해 일어난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