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43일간 이어지던 연방정부 셧다운이 끝났다. 셧다운이 끝나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달라진 것이 없다. 민주당은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위해 공화당과 싸웠지만 얻은 것은 12월 ‘향후 별도 표결’을 한다는 ‘공수표’ 뿐이었다. 별도 표결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민주당과 무소속(2명) 상원의원 47명 가운데 7명, 민주당 하원의원 215명 가운데 6명만 셧다운 종결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의 건강보험은 이제 폭풍을 맞게 됐다.
예산안에 따라 건보료 지원이 줄어들면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보험료는 평균 114%, 연간 1016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보건 연구 단체 카이저가족재단 발표). 연방의회예산사무소는 이에 따라 당장 400만 명이 보험을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MSMBC 보도에 따르면 연간 수입이 8만5000달러인 60세 부부의 보험료는 메릴랜드에서 1만3700달러, 미네소타에서는 1만5500달러, 켄터키에서는 2만3700달러가 오른다. 이들의 보험료 인상이 평균을 훨씬 웃도는 까닭은 연령과 거주지에 따른 영향이다. 60세 가입자는 21세 가입자보다 3배가량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또 8만5000달러 수입은 거의 모든 지원금을 잃는 수준이다. 그리고 가입자가 적은 지역일수록 보험료가 더 비싸기 때문에 지원금이 없어지면 건보 ‘폭탄’을 맞는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60세, 8만5000달러 수입 부부의 경우 뉴욕 1만4000달러, 뉴저지 2만 달러, 캘리포니아 1만2500달러, 일리노이 1만5000달러, 조지아 1만8000달러 등으로 늘어난다.
이와 같은 극심한 보험료 인상 우려에 트럼프 정부도 최근 새 계획을 내놨지만 신통치 않다. 일단 올해말에 끝나는 지원을 2년간 연장하고, 새 자격 조건을 만들어 연방정부 빈곤선의 700%(1인 10만9550달러) 이하 수입 가정에게만 지원을 하고, 보험료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에게도 모두 월 최저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지원은 2년간 연장하되 자격조건은 더 까다롭게 만드는 방안이다.
이 계획은 여전히 중산층과 시니어들의 보험료 급등을 막지 못하고,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을 주며, 값싼 플랜을 택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은 더 많은 의료비를 내게 만들어, 무보험자가 늘어나는 것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 정부는 계속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출을 줄여 부자 감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새 계획을 내놓아도 결과는 뻔하다. 새 계획이 실행돼도 최악의 경우 이민자 최소 140만 명이 지원금을 잃고, 저소득층 최대 1000만 명이 보험을 포기하고, 50~64세는 보다 저렴한 플랜을 택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의료비용이 급등한다. 또한 직원 보험이 있는 소기업들도 비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두 손을 들게 된다. 이는 곧 지역 보건소, 병원, 이민자 보건센터 등의 부담으로 이어져 잇따라 문을 닫게 만든다.
정부가 모든 사람의 건강보험은 권리이고, 보건의료는 기본권이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는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셧다운은 끝났지만 보건대란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