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된 미국 우파 청년활동가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36)가 남편의 추모식에서 살해범을 용서한다는 뜻을 밝혔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리카 커크는 21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추모식 연단에 올라 감정에 북받치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내 남편 찰리는 자신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과 같은 청년들을 구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을 살해한 총격범 타일러 로빈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그 젊은이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바로 그리스도가 하신 일이고 찰리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증오에 대한 답은 증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리카는 또 “젊은이들을 고통과 죄악의 길에서 벗어나게 해줄 곳이 필요하다”며 남편이 창립한 우익성향 정치단체 ‘터닝포인트 USA’를 계속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표하는 것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수만 명의 청중은 에리카의 연설을 숨죽이며 듣다가 큰 박수를 보내며 크게 호응했다. 미국 CNN 방송은 에리카가 총격범을 용서한다고 말한 순간을 이번 추모식에서 가장 감정을 자극하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터닝포인트 USA를 창립한 커크는 동성애와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 보유를 옹호해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 강연 도중 총에 맞아 숨졌으며, 암살 용의자로 붙잡혀 기소된 로빈슨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자신의 룸메이트에게 “난 그의 증오(hatred)에 질렸다. 어떤 증오는 대화로도 해결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