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노스사이드·던우디 병원서
안면 외상 진료…또다른 도전 나서
지난 13일 열린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의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장학생만큼이나 참석자 이목을 끈 사람이 있다. 조지아주 한인 1.5세로는 유일하게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Oral&Maxillofacial Surgeon)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 김 씨다. 이날 연사로 출연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공부를 오래했다.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성에 맞는 일 하고 싶어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뉴저지주로 이민을 와 공학도를 꿈꿨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생화학공학자로 1년간 일하다 퇴사했다. 대학생 시기 멕시코 엔세나다로 떠났던 선교에서 치과 진료를 보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꿈을 찾아 펜실베이니아대 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막상 환자를 보니 ‘언노운'(unknown)의 영역이 너무 많았다. 다시 루이지애나주립대 의대에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으로 입학, 수련 기간 7년을 보냈다.
이렇게 38세에 찾은 직업이 구강악안면외과 의사. 지난달 12일 처음 출근해 이제 한달을 넘겼다.
애틀랜타 구강악안면외과(AOFS)의 크리스 김(한국명 김승현·사진) 전문의는 “한국의 스탠다드로는 돈 빨리 못 벌고 남보다 늦었으니 실패자”라며 웃었다. 매복치·양악·임플란트·구강병리학 관련 수술을 하고 있다. 그는 “의대 졸업하고도 임상의사 안 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며 “빠른 길을 두고 안 가본 길을 선택한 것은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게 찾은 길은 학교 바깥에도 있었다. 그는 “기술로 면허 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학교”라며 “좋은 의사가 되려면 의학 지식보다는 배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 1.5세로서의 정체성과 공학적 지식은 모두 치의학을 보조하는 도구들이다. 그가 근무하는 AOFS 슈가로프 지점은 환자의 절반 가량이 한인이다. 환자 고통에 공감하려는 그의 진료 방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앨라배마주, 테네시주에서도 한인들이 찾아온다고. 그는 “환자 마음을 여는 데 특별한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오래 듣는 것만으로도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문의가 한미장학재단 시상식에 딸 레라, 아내 정아린 씨와 함께 참석했다.
치대 4학년 때인 2014년과 의대 3학년 때인 2020년 두 차례 한미장학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된 바 있다. 그 인연을 계기로 올해 이 재단의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학생들을 위한 연사로 나섰다. 그는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약점으로 인식했다. 레지던트 시기에도 전국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자 200~230명 중 한인은 불과 10명 남짓이다 보니 소외감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언어장벽과 문화충격을 겪는 한인 차세대들과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내가 어떤 실패들을 레시피 삼아 이곳에 오게됐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내년부터는 포사이스·던우디의 노스사이드 병원에서도 안면 외상 진료를 본다. 그는 “종합병원은 내과, 신경과, 일반내과 의사들과 협진이 필수적이고 교통사고 피해 등 중증환자가 많아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며 “치과와 외과를 아우르면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