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전기차 세액 공제가 1일 종료됐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도 전혀 놀랍지 않을 상황”이라며 시장 침체를 우려했다.
1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연방 세액공제가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이 이날부터 적용된 것이다.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 공장을 지었던 완성차 업체들은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포드의 팔리 CEO는 지난달 30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블루칼라 일자리 회의 연설에서 “전기차 시장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작아질 것”이라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5%까지 떨어져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8월 미국 전기차 신규 판매는 14만6332대로 전년 대비 17.7% 늘었다. 전기차의 신차 시장 점유율은 9.9%로 사상 최고치였는데, 이게 곧 반 토막이날거란 전망이다.
포드는 미국에 배터리 공장 4개, 전기차 생산 공장 2개를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가동 2개월 차인 켄터키주의 포드-SK온 합작 공장은 신규 고객을 찾아야할 처지다. 짐 팔리는 “전기차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해야 한다”며 “이 모든 배터리 공장을 어떻게 할 건지, 정책 변화 때문에 더 많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보다 발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만든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 등에 배터리 공장을 짓거나 짓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미시간주 랜싱의 3공장 지분을 LG엔솔에 넘기고 발을 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일 보도에서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 완화된 규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GM만큼 빠르고 극적으로 되돌아선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월 GM의 로비 지출액은 1150만 달러로, 상당 부분이 대기질·연비 규제 완화에 활용됐다. 토요타의 두 배, 포드의 6배에 달한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쪼그라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대안을 찾고, 생산 라인을 재정비하느라 분주하다. 볼보는 유일한 미국 공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지빌 공장에서 내연차인 XC60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공장에선 전기차 EX90과 폴스타3를 생산 중인데, 하이브리드 생산 공정을 추가한다. 올해 XC60의 미국 판매량(1~8월)은 2만70000대 이상으로, 전년보다 20%가량 늘었다. 현지 인기 모델의 생산량을 늘려 관세 영향을 줄이고, 1%대인 미국 시장 시장 점유율을 방어한단 전략이다. 닛산은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에서 단종했던 엑스테라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시 생산하고, 전기차 생산은 중단했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대안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 18종 구축을 발표하며 2027년 EREV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기차 대비 55% 작은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신차 판매에 무공해 요건이 없는 미국의 규제 환경은 EREV에 가장 유리하다”며 “제조사가 매력적인 EREV 가격대를 제공한다면, EREV는 전기차 판매 성장을 촉진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