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달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수가 2003년 ‘닷컴버블’ 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사람을 대체할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비용 감축을 위해 대규모 인력 조정에 나선 영향이다. AI 기술이 역설적으로 일자리 감축 등 경기 둔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뉴욕 증시도 다시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美 10월 감원, 2003년 닷컴버블 이후 최대
6일 미국 고용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업들은 총 15만3074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이는 한 달 전인 9월 감원 규모(5만4064건)와 비교해 약 183%, 지난해 10월(5만5597명)보다는 약 175% 급증한 수치다. 특히 CG&C에 따르면 지난달이 10월 감원 규모로는 2003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았다. 2003년은 닷컴버블 붕괴로 미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의 대규모 인수 합병과 해고가 일어나던 시기다.
올해 전체 누적으로도 미국에서 해고된 사람의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CG&C는 보고서에 따르면 1~10월 미국의 고용주들이 줄인 일자리 수는 109만9500명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66만4839명)과 비교해 65% 급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1~10월(230만4755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파괴적 기술 지형 바꿔”…기술 기업 감원 급증
대규모 감원은 2003년 닷컴버블 때와 유사하게 기술 기업 중심으로 일어났다. CG&C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기술 분야 감원 규모는 3만3281명으로 9월(5638명)과 비교해 약 490% 급증했다. 올해 1~10월 누적으로 미국의 기술 분야 일자리 감축 규모는 14만1159명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 기술 분야 감원 규모(12만470명)보다 17% 늘어났다.
최근 미국 주요 기술 기업들은 AI 관련 투자를 늘리면서, AI 기술로 대체 가능한 인력을 줄여 비용을 감축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은 지난달 말 1만4000명,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7월 9000명의 대규모 감원 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CG&C는 “2003년과 마찬가지로, 파괴적 기술이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기업들은 (연말 연휴 전인) 4분기에 해고 발표를 꺼려왔기 때문에 10월에 이렇게 많은 해고가 발표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특히 잔인해 보인다”고 짚었다.
잇단 일자리 둔화 신호에…금리 인하 가능성 재점화
CG&C의 감원 통계는 월별 변동성이 커 공식적인 일자리 통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 정부는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공식 고용통계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고용시장이 위축하고 있다는 신호는 계속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지난달 미국 실업률을 4.36%로 추정했다. 시카고 연은은 민간 데이터와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결합해 실업률을 계산한다. 해당 수치가 맞는다면, 미국 실업률은 2021년 10월(4.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일자리를 중심으로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다시 커졌다. 7일 오후 5시(한국시간)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다음 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질 확률을 전날(62%)보다 올라간 67.1%로 예측했다. 기준금리와 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6일(현지시간) 연 4.08%를 기록하면서 전일(연 4.16%)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Fed 내부에선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AI 거품론 재점화, 뉴욕증시도 다시 조정
AI 기술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뉴욕증시에서는 AI 기업 거품론이 다시 불거졌다. 주가는 다시 크게 조정을 받았다. 6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2%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전일과 비교해 1.9% 내려갔다.
이날 퀄컴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애플의 퀄컴칩 구매 감소 우려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3% 하락했다. 또 엔비디아(-3.65%)·팰런티어(-6.84%)·AMD(-7.27%) 등 주요 AI 관련 종목들도 거품 논란에 시달리며, 주가가 모두 급락했다.
한편 미국 시장에서 AI 거품론이 재점화하면서, 코스피와 원화 값도 동반 급락했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보다 1.81% 하락한 3953.7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4000선이 깨진 것은 종가를 기준으로 10거래일 만이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값도 주간 거래 기준 전날보다 9.2원 떨어진 1456.9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원화가치는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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