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은 마케팅에 적극적이었다. 스포츠 마케팅의 선진국 미국을 중심으로 열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상업성이 훨씬 더 노골적이다. 뉴욕타임스의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은 최근 “미국에서 축구를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초고가 티켓 가격이 망치고 있다”며 “내년 월드컵에서 가장 저렴한 티켓조차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FIFA는 조 추첨으로 조별리그 대진이 짜인 후 새로운 티켓 가격을 공개했는데, 이는 월드컵 유치 경쟁을 벌이던 2018년 공식 입찰서에서 제시했던 가격보다 무려 174%나 높은 수준이었다. 익명의 관계자는 “입찰서의 제시 가격도 당시 기준에서 높은 편이었는데, 현재 티켓 가격은 입찰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상됐다”고 말했다.
FIFA는 입장권을 1등석부터 4등석까지 나눴는데, 가장 저렴한 4등석은 아예 사라졌다. 개최국 3개국의 개막전에서 1, 2, 3등석의 평균 가격은 1728달러다. 이는 입찰 때 약속했던 569달러의 3배에 이른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인 뉴욕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의 가격 상승은 더 가파르다. 입찰 때는 평균 가격이 1099달러였지만 이번에 공개한 평균 가격은 6147달러에 이른다. 5배 넘게 폭증한 것이다. 조 추첨 후 최종 가격은 4185~8680달러(약 616만~1279만원)로 책정됐다.
준결승은 733달러에서 2174달러로 197%, 8강은 412달러에서 1044달러로 153% 각각 급등했다. 조별리그와 32강전, 16강전도 상대적으로는 낮은 폭이지만 각각 49%, 61%, 94%씩 평균 가격이 치솟았다.
조 추첨 이전 판매 초기 단계 때 소량 내놓았던 4등석이 사라진 것도 큰 문제다. 입찰 때는 전체 좌석 중 7%를 4등석에 배정하기로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 수량은 매우 적었고, 대부분 스탠드 상단의 구석진 자리였다. 입찰서에서는 4등석 가격을 조별리그 21달러, 32강 31달러, 16강 42달러, 8강 66달러, 준결승 84달러, 결승 128달러로 제시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FIFA는 16일(현지시간) 전체 104경기를 대상으로 고정 가격 60달러(약 8만8000원)의 최저가 입장권을 새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서포터 엔트리 티어’라는 이름이 붙은 입장권은 각국 축구협회를 통해 배분된다. 각 협회는 자체적으로 자격 기준을 마련해 ‘충성도 높은 팬’을 대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극히 일부 물량에 그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축구협회는 자국팀이 출전하는 경기 전체 좌석의 8%를 배정받는데 60달러 티켓은 이 중 10%에 해당한다. 전체 좌석을 기준으로 하면 양 팀을 합쳐도 1.6%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당 약 1000장 규모로, 결승전의 경우 450장 남짓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는 모두 48개국이 출전한다. [로이터]
한국 조별리그 경기는 개최국 멕시코와 벌이는 2차전(6월 19일) 티켓 값이 가장 비싸다. 1등석 700달러, 2등석 500달러, 3등석 265달러다. 유럽 플레이오프 승자와의 1차전은 1등석 500달러, 2등석 400달러, 3등석 180달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은 450달러, 380달러, 140달러로 가격이 정해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때 한국전의 가격은 1등석 220달러, 2등석 165달러, 3등석 69달러였다. 내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관람하려면 최소 585달러(약 86만원)가 필요하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 때 207달러면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비싸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FIFA는 북중미 월드컵 16개 개최 도시 경기장 인근 주차권을 ‘공식 주차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판매하고 있다. FIFA가 판매하는 주차 요금은 조별리그 75달러, 16강 100달러, 8강 125~145달러, 준결승·3·4위전 17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팬들 사이에서는 “주차 비용이 카타르 월드컵 때 티켓 가격보다도 비싸게 책정된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FIFA의 이번 가격 정책은 유럽의 주요 축구 팬 단체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풋볼서포터스유럽(FSE)은 “7년 전 약속했던 21달러 티켓은 어디에 있느냐”며 “월드컵의 전통을 배신하는 엄청난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도입된 최저가 티켓에 대해서도 “FIFA의 티켓 가격 정책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성급하게 결정됐다는 게 드러났다”며 “단순히 전 세계의 부정적 여론을 달래려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독일과 튀니지, 스위스 등 각국 축구협회들도 “가격 구조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며 팬들이 표 값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안드레이사 레티히 독일축구협회(DFB) 사무총장은 “신청 절차가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야 가격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한때 티켓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던 사람으로서 FIFA가 월드컵이 팬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더 저렴한 티켓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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