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에서 팔지 못할 아이템이 있을까. ‘축구 신의 재림’ 리오넬 메시(38)의 인터 마이애미가 “메시가 직접 밟고 땀 흘린 잔디”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내세워 홈구장 잔디를 고가 기념품으로 내놨다. 문 닫는 경기장 잔디 판매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전통적 축구 불모지 미국에서 시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3일(현지시간) 미국프로축구(MLS) 인터 마이애미 구단은 현 홈구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의 체이스 스타디움 잔디를 보존 처리해 한정판 기념품으로 제작한 ‘디오지(The O.G., The Original Grass)’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내년 신축 홈구장 마이애미 프리덤 파크로의 이전을 앞두고 창단(2020년)부터 메시 입단(2023년), MLS컵 우승(2025년)까지 “모든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경기장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며 이번 마케팅을 기획했다.
역시 가격이 가장 눈길을 끈다. 아크릴 안에 잔디 조각을 넣고 메시 등 번호(10번)를 새긴 열쇠고리가 가장 저렴한 50달러(약 7만원)이고, 메시 등의 스타를 배경 이미지로 한 최고급 박스에 잔디 큐브와 금으로 각인한 티켓을 함께 넣은 기념품이 가장 비싼 750달러다. “충격적 가격” “과도한 상술” 등 비판이 있지만, 인터 마이애미 팬뿐만 아니라 메시의 조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주문이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판에 대해 구단은 “이 잔디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쓴 역사의 증거”라며 “경기장 이전이라는 단 한 번뿐인 기회를 통해 팬들에게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조각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문 닫는 경기장 시설물 판매는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 검증된 수익 모델 중 하나다.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는 2008년 옛 양키 스타디움을 철거하면서 관중석 의자 한 쌍을 1500달러에 팔았다. 의자 외에도 경기장 바닥 흙을 작은 병에 담아 파는 등 경기장의 거의 모든 시설물을 상품화했다. 구단으로선 폐기 비용도 줄이고 수익까지 올리는 일석이조 마케팅인 셈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아스널도 2006년 하이버리 스타디움을 떠날 때 잔디 조각을 박스에 담아 팔았다. 최근 홈구장 캄프 누를 리모델링한 스페인 프로축구(라리가) 바르셀로나는 경기장 잔디에서 탄소 성분만 추출해 인조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비싸게 팔았다.
국내에서는 문 닫는 경기장 시설물을 파는 대신 대체로 시설물 일부를 보존하고 전시한다. 지난 2016년 삼성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옛 홈구장 대구시민운동장 관중석 의자 등 시설물 일부를 보존해 전시관을 꾸몄다. 올해 새 홈구장 대전한화생명볼파크로 옮긴 한화 이글스 역시 옛 홈구장 한밭야구장(현 대전파이터즈파크)을 리모델링하고 구단 사무실 자리에 이글스 사료관이라는 전시관을 설치했다.
장혜수 스포츠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