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900만원' 줘도 인력이 없다…트럼프 '황금함대' 뜻밖 걸림돌

‘월 900만원’ 줘도 인력이 없다…트럼프 ‘황금함대’ 뜻밖 걸림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에 따라 한화의 미국 필리조선소가 본격 가동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이 지역의 약물 오남용 문제와 얽혀 인력 수급이 심각한 고민으로 떠올랐다.

31일 한화오션과 현지 당국 등에 따르면 한화 필리조선소는 2024년 12월 출범한 뒤 생산공간 확장, 인력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노후 설비 교체와 핵심 장비 현대화를 위해 단계별로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연말까지 골리앗 크레인의 유지·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핵심 설비 23%를 교체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연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능력을 향후 20척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렇듯 ‘황금함대’ 승선이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조선소 측은 예상치 못한 인력난에 부딪혔다. 한화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에 안정적으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게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도전”이라며 “조선소 주변 지역은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 신규 고용을 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마약 오·남용으로 인해 쉽게 고용할 수 있는 주변 기초 인력풀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성실한 노동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채용 이후에도 근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 단기간에 이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이다. 용접·배관·도장 분야에서 숙련공 확보가 주요 숙제 중의 하나다. 하지만 오랜 세월 미국 내 조선업이 붕괴되다시피 해 인력 조달에 어려움이 크다. 특히 필리조선소가 추진 중인 군함 건조는 미 정부의 보안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미국인만 참여할 수 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후 임금을 높이고 고용 인원을 늘리고 있지만 숙련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조선업계의 2025년 2분기 기준 평균 정규직 고용 인원은 1355명 수준으로, 전년 말(1208명)보다 반년 새 12.17% 증가했다. 고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임금 상승률도 가파르다. 평균 주급이 1617.5달러로, 미국의 평균(1196달러)보다 35.24% 높다.

여기에 마약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필리조선소 인근 필라델피아 켄싱턴애비뉴·웨이머스스트리트 등은 미국 내에서 ‘펜타닐 본산’ ‘좀비랜드’ ‘헤로인 월마트’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약물 오남용이 심각한 지역이다. 미국 마약단속국과 필라델피아시에 따르면 이 지역 약물중독 사망자 수는 1045명(2024년 잠정치)으로 집계됐다. 미국 비영리 민간 국제기구인 ‘퓨자선기금’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도시 중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수 1위다.

한화는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을 키워보겠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필리조선소는 최근 39개월 과정의 무료 견습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육 기간에는 정직원과 같은 대우를 하며, 소정의 급여도 지급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견습 프로그램 경쟁률이 12대 1 정도로 관심은 높았으나 신규 채용 인원은 126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필리조선소는 내년 1월 5일부터 견습생을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단계적인 인력 조달 및 육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인력 공급 통로가 좁다면 한국에서 은퇴한 조선 숙련공을 현지에 파견해 조업과 교육에 동시에 투입하는 ‘플레잉 코치’ 식 활용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미국과 협상을 통해 군함 건조 관련한 취업 허들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