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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고한 아메리칸 드림…기회 사라지고 ‘공포’만 가득 [신년기획]다시 쓰는 아메리칸 드림①

트럼프 반이민정책 직격탄 이민사회 활기 사라져

01/09/26
in 로컬뉴스, 최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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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애틀랜타에 위치한 조지아 북부 지방 연방법원에서 열린 시민권 선서식에 90여명의 귀화자가 참석했다. [GPB]

지난달 12일 애틀랜타에 위치한 조지아 북부 지방 연방법원에서 열린 시민권 선서식에 90여명의 귀화자가 참석했다. [G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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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도 장벽 실감…’유학생→미 정착’ 비관적
“추방·복지 축소는 이민자 존재감 지우는게 목적”

조지아주에서 J(교환방문) 비자로 1년간 한인회사에서 일하던 김모씨(27)는 최근 체류 신분을 연장하기 위해 다시 대학에 입학해 F(학생) 비자를 발급받았다. 한국에서 4년제를 졸업하고도 다시 학생이 된 건 미국 정착을 위해서였다. 학위가 곧 더 많은 기회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정부가 이민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그 희망이 깨졌다. 공공기관도 아닌데 인턴 직무부터 영주권자를 찾는 기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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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양극화와 중산층 몰락으로 빛을 잃어가던 아메리칸 드림이 반이민 정책으로 끝내 사망 선고를 맞았다. 고구마농장을 운영하는 한인 A씨는 작년 직원 16명 중 14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잡혀갔다. 뉴저지주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B씨는 고객이 줄어 지점 2곳 중 1곳을 폐업했다. 버몬트주 카운티 페어에선 남미 주민들의 활기찬 모습이 사라졌다. 상인을 제외하곤 축제장에 나타난 주민은 백인 가족들 뿐이었다.

▶초토화 되는 이민 커뮤니티= 지난달 10일 국토안보부(DHS)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이후 추방된 불법체류자는 자진출국자 190만명을 포함해 총 250만5000여명에 달한다. 텍사스주 휴스턴, 한국으로 치면 경상북도 주민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는 이중 한인을 약 200명으로 파악했다. 이민 법원에서 추방 명령을 받은 180명에 자진출국자 추정치를 더한 숫자다. 평균 20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했던 이들까지 스스로 출국을 택하자 통상 70명에 그치던 추방자가 2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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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송 미교협 나눔터 국장은 “한국전쟁 사망자 수가 300만명”이라며 “이민자 커뮤니티가 전쟁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미국 땅을 밟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그는 “학생 비자 거절율이 40%까지 높아지면서 한국인의 경우 전체 신청 4만여건 중 1만3000건이 반려됐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는 갈수록 높아지는 아메리칸 드림의 장벽을 몸소 느끼고 있다. 김선민 다트머스대학 교수(사회학)는 “1990년대 해외유학 바람이 분 뒤 한인들은 원하든 원치않든 한번쯤 학생 신분을 거쳐 미국에 정착했다”며 “하지만 올해 대학을 졸업한다면 현실적으로 미국에 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사공혜 어번대학 교수(간호학) 역시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상수화된 시대”라며 “‘일단 가서 부딪혀보자’는 식의 낙관론은 지금 세대에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취업을 준비한다면 임금 수준이나 숙련도에 따른 가중 선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짚었다. 유학생 부모 사이에선 학비 만큼이나 영주권 해결이 긴급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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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미국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회의 땅’이었다. 어떨 땐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통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하나의 언어를 바탕으로 미국만큼 균질하고 원활하게 작동하는 시장은 전세계에 없다”며 “엔트리 레벨 20~30대 학자들이 연구, 훈련, 실습까지 논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대내외 정치 문제로 인한 인재 엑소더스는 탑레벨 인력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이민 정책은 ‘2등 시민’ 차별= 이민당국은 최근 귀화자 시민권 박탈까지 착수했다. 이민국(USCIS)은 지난 16일 각 현장 사무소에 매달 최대 200건씩 시민권 박탈 케이스를 적발하라고 요구했다. 이민 절차가 종결된 사건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귀화엔 심사관의 자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며 “취업 이민자의 경우 회사와 협의 하에 근무지를 옮기거나 기간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고 또 과속, 음주운전 등 위법 전력에 대해 법원 판결문을 제출하지 못하는 귀화 신청자도 많은데 이 경우 심사관이 정상 참작해 재량껏 시민권을 부여한다. 이런 관행까지 문제 삼으면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그레이존’은 이민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법 시스템과 집행방식의 문제다. 그럼에도 마구잡이식 이민 단속을 이어가는 건 이민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가로막고자 함이다. 김 교수는 “이민법은 다른 법과 달리 행정체계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관료제가 실상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근거 없이 불법 낙인을 찍을 수 있다”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퍼트리는 게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이민자 대량 추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 존재감을 지우는 게 반이민 정책 목표라는 것이다. 사공혜 교수는 “저소득층 의료 보험 지원을 줄이는 정책 방향도 이민자로 하여금 미국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했다.

출신지, 인종, 성별 등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제 당연하지 않다. 이미 부의 양극화, 복지시스템의 공격적 축소로 “아이비리그 세탁소 딸”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김 교수는 “지금껏 70년대, 90년대, 2010년대 이후 등 이민 온 시기에 따라 한인들의 생활방식이 주로 나뉘었다면 이젠 비자 문제를 무난히 해결할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간 분리,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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