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A씨(67ㆍ남)는 최근 개인 파산을 신청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그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지난해 11월 폐업하면서 덩달아 일자리를 잃었다. 월급 160만원만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해 조금씩 대출을 받다보니 어느새 쌓인 빚은 원금만 5000만원. 나이 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못 구하니 이자조차 감당하기 버거워졌고, 결국 파산을 택했다.
고령화ㆍ저성장에 ‘노인 파산’이 심화하고 있다. 2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파산 신청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다. 더 이상 소득으로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 파산 신청한 2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노인 파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20년 31%에서 35.2→38.4→41.3→43.4→46%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파산 신청자 4만661명을 연령별로 나눠 보면 60대가 1만3231명으로 가장 많았다. 70세 이상도 5477명으로 처음 5000명을 넘어섰다.

신재민 기자
파산의 가장 큰 장점은 면책 결정을 통해 빚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재산이 압류되고 파산해도 국민연금 등은 최저 생계비에 해당하는 월 185만원까지 전용 통장(국민연금 안심통장)을 통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령일수록 재기는 어렵다. 과거 개인파산ㆍ면책 신청 후 다시 파산 신청을 하는 60세 이상 비중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2020년 43.1%에서 지난해 56.2%로 5년 새 13.1%포인트 급증했다. 처음으로 90세 이상인 재파산 신청자도 1명 생겨났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21년째 이 업계에 종사해 온 김영룡 파산전문 법무사는 “평균 수명이 늘면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후 퇴직금 등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사업 실패로 빚만 남아 파산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연령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60세 이상 고연령대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89조6000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113.9% 급증했다. 고연령 취약 자영업자 대출 비중도 15.2%로 타 연령층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이들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재민 기자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들이 가장 늦게까지,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층이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다. 오유진 국민연금연구원 주임연구원은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서 이들이 일을 계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54.4%)라고 분석했다. ‘일하는 즐거움’(36.1%)이나 ‘무료함 달래기’(4.0%)보다 생계형 근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기초연금 확대’ 식의 땜질식 처방으론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 생산적 정년 연장 논의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현재 대부분 선진국에선 은퇴한 베이비붐 연령층이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자녀보다 더 부유한 세대로 자리 잡았는데, 한국은 양상이 다르다”며 “50대 중후반 이후 소득 창출은 안 되고 부모 부양, 자녀 교육·결혼 등으로 ‘샌드위치 신세’인데 반해 자산의 80% 이상이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에 묶여있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 교수는 이어 “선진국은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50% 정도라 일시적 경제적 어려움에도 나머지 유동 자산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주택연금 외에도 부동산 유동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고령층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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