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한인 정치권 책임론”
시애틀에서 한인 임신부 권이나(사망 당시 34세) 씨를 살해한 코델 구스비(33)가 정신 이상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자, 한인사회가 법 개정을 요구하며 본격 대응에 나섰다.
워싱턴주 한인 단체장들은 긴급 회동을 열고 ‘권이나·에블린(숨진 태아) 정의구현 태스크포스(TF)’를 결성했다고 27일 밝혔다.
TF에는 페더럴웨이 한인회 류성현 회장, 워싱턴주 한인상공회 데이비드 오 회장, 타코마 한인회 이준 수석부회장, 광역 시애틀 한인회 산하 대전 위원장 코리 한 등 주요 단체장들이 참여했다.
긴급 회동은 이번 사건을 담당한 킹카운티 검찰의 리사 매니언 검사장이 진행한 사건 브리핑 직후 이뤄졌다. 한인 단체장들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죄 판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기대했지만, 검찰 측이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자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류성현 페더럴웨이 한인회장은 “이번 사건은 전국의 한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오 워싱턴주 한인상공회 회장도 “한 가정이 완전히 무너졌는데 법이 아니라면 누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정의를 세울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한인 정치인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 단체장은 “평소 작은 사건이나 욕설 피해에도 아시안 증오범죄를 강조하던 정치인들이 정작 이번 사건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인 정치인들 역시 평소 한인 정체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해 왔으면서 왜 이번 사안에는 나서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TF 측은 워싱턴주 내 한인 인구 비율이 약 1.1%에 불과해 정치권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판단, 종교계 등 다민족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확대하고 필리핀·중국 등 타 아시아계 단체와도 협력할 계획이다. 또 내달 7일 각 한인 단체장들과 별도 대면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전국 차원의 공론화도 추진된다. 류 회장은 내달 1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주최 행사에 참석해 이번 사안을 주요 의제로 다룰 방침이다. 이 행사에는 전국 약 180개 지역 한인회를 대표하는 단체장들이 참석한다.
TF 측은 “권이나 씨와 태아(에블린)의 죽음이 법정에서 지워지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앞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태아를 별도의 살인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워싱턴주 법 체계의 허점을 지적한 바 있다. 현행 워싱턴주법은 ‘태어난 뒤 살아 있는 상태’일 때만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어, 사건 당시 숨진 태아 에블린에 대해서는 별도의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
이 가운데 킹카운티 검찰은 “딱히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매니언 검사장은 “검찰과 변호인 측 전문가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며 “킹카운티에서 지난 약 40년간 살인 사건 가운데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례는 약 100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TF에 참여하고 있는 코리 한 위원장은 “40년간 100건이면 연평균 두 건 이상으로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만약 돈과 권력, 인맥을 가진 저명한 인사가 피해자였다면 같은 판결이 나왔겠느냐”고 비판했다.
TF 측은 타 아시아계 단체와 연대해 ▶심신상실을 이유로 한 무죄 판단 기준 재검토 ▶태아를 별도의 범죄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적 장치 마련 ▶피해자 유가족 보상 제도 마련 등을 요구하는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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