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시위대도 북·꽹과리 치며 “출생시민권 수호”…미국 내 여론은 분분
“헌법에서 손을 떼라, 헌법에서 손을 떼라!”
1일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이 적법한지를 두고 오전 10시부터 연방대법원이 공개 변론을 하는 날이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방청석에 앉았다. 연방대법원 입구로부터 20∼3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출생시민권에 손대지 말라는 시위대의 함성이 이어졌다.
저마다 ‘수정헌법 14조 :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이들은 시민이다’, ‘출생시민권은 헌법적 권리’, ‘여기서 태어났으면 여기에 속한다’, ‘트럼프는 당장 떠나라’ 같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 복장으로 참가한 여성도 있었다. ‘나의 횃불은 모두를 환영한다’는 피켓과 함께 횃불 모형을 높이 치켜들며 미국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부여되는 출생시민권을 옹호했다.
시위대 한복판에서 구호에 맞춰 북과 꽹과리 소리가 크게 들렸다. ‘출생시민권 수호, 현 헌법 보장’이라고 한국어로 적힌 피켓도 보였다.
뉴욕과 뉴저지주에서 활동하는 ‘민권센터’ 등에 소속된 한인 포함 아시아계 회원들이 오전 10시 시위에 맞춰 연방대법원 앞으로 온 것이다.
자동차로 4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라 새벽 4시반에 출발했다고 했다. 북과 꽹과리 소리가 시위대에 열기를 더했다.
민권센터 소속 차주범 선임컨설턴트는 “수정헌법 14조에 의해 보장된 헌법적 권리인데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적으로나마 폐지를 시도하고 소송이 제기돼서 연방대법원까지 왔다는 사실 자체가 저희들로서는 굉장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중심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공격과 탄압이 이뤄지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정책 방향을 보면 역사와의 전쟁을 벌이며 1920년대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것 같다”며 “정말 사회적 낭비”라고 강조했다.
애초 불법 체류 중에 자녀를 낳고 시민권을 주장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일부 여론도 한국에 있다는 지적에는 “민족국가로서 속인주의 기조를 유지했던 한국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자칫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맞게 들릴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인은 원주민을 제외하고 처음에 들어왔던 이민자들은 비자 없이 들어왔고 사실상 모두가 이민자이거나 이민자의 후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성립되었고 19세기 말에 이미 (중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웡 킴 아크를 시민권자로 판단한 판결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차 선임컨설턴트는 미국 내 한국계 가운데 6명 중 1명, 혹은 7명 중 1명은 서류 미비자로 추산된다며 이들이 강도 높은 이민 단속에 이어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으로 상당히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계 시위대 인근에는 60세 흑인 여성 네이딘 사일로가 ‘트럼프와 (아들) 배런도 이민자의 자녀’라는 대형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독일에서 건너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슬로베니아 출신의 이민자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네이딘은 1987년에 베네수엘라 옆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미국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사법절차를 밟지 못한 채 주변 이웃 두 명이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도미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원래 부여된 체류 기한을 넘기고 미국에 머물다가 추후 절차를 거쳐 시민권을 획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과 똑같은 사례”라고 했다.
그는 “멜라니아는 되고 다른 사람들은 안되는 것인가? 나 같이 생긴 유색인종은 안되는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할아버지도 이민자였다. 이게 위선이 아니라면 무엇이 위선인가?”라고 반문했다.
네이딘은 “트럼프는 미국을 ‘백인의 나라’로 만들고 싶은 것”이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헌법을 지키라고 하는데 미국 안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분노하지 않는 미국 시민들에게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네이딘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묻자 쓴웃음을 지으며 ‘쓰레기 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럽 국가 말고는 쓰레기 나라 아니냐”라고 했다.
이름을 알려줄 수 있는지 물으니 성과 이름, 나이까지 모두 말해주면서 “나는 두렵지 않다. 우리는 무관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널리 알기를 원한다”고 했다.
시위 현장을 벗어나 지나가던 백인 남성에게 이 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니 “나는 연방정부 공무원이라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그는 “어느 정도는 통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 출생시민권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시위대 중에는 백인도 많았고 인종에 따라 의견의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출생시민권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여론도 감지됐다.
작년말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0%는 출생시민권 인정 판례가 유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작년 4월 퓨리서치 조사에서는 미등록 이민자 부모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50%는 ‘그래야 한다’고 답했고 49%는 ‘그래선 안된다’고 답했다.

![워싱턴D.C.의 미국 연방 대법원 [로이터]](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6/02/연방-대법원-350x250.jpg)

![미국 조폐국이 미술위원회에 제출한 기념주화 시안
[미국 조폐국 자료]](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6/03/1-20-350x250.png)


![애틀랜타에 있는 CDC 본부. [로이터]](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10/애틀랜타-cdc-본부-로이터-350x25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