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윗돌’ 이란 전쟁을 위해 대(對)중국 방어망이라는 ‘아랫돌’을 뺄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하루 약 5억 달러(약 7500억원)가 들어가는 전쟁의 수렁에 빠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스스로 억지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쟁 비용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마크 캔시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방·안보 고문을 인용해 “미국이 이번 군사 작전에 하루 약 5억 달러의 비용을 치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타격을 입은 시설 내부에 어떤 장비가 있었느냐에 따라 비용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병력 전개, 탄약 소모, 정비비 등을 포함한 총비용 가운데 10%는 파괴된 군사 장비의 가격으로 봐야 한다고 FT는 분석했다. 켄시안 고문은 “첫 6일 동안만 최소 14억 달러(약 2조1000억원) 상당의 전투 손실과 인프라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레인 맥쿠스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도 FT에 “미군의 공격 개시 이후 5주간 소요된 군사 작전 비용은 223억~310억 달러(약 33조4500억~46조5000억원)로 집계된다”며 “여기에는 전투기, 드론, 레이더 등 파괴된 장비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 21억~36억 달러(약 3조1500억~5조4000억원)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미 국방부(전쟁부)는 의회에 2000억 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추가 예산까지 요청한 상태다.
미군의 눈과 귀 타격…사드·조기경보기 등 고가 자산 손실
액수뿐 아니라 미군의 눈과 귀를 맡는 고급 전력이 깎여나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란이 미군의 보병이나 기갑부대와 직접 교전하기보다 중동 전역에 배치된 미군의 레이더 및 통신 시스템, 공중급유기 등을 우선적으로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미군 기지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레이더 AN/TPY-2 파괴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우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있던 보잉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도 공습으로 파손됐다. KC-135 공중급유기 5대 역시 이 기지에서 손상을 입었다. 적을 들여다보고 멀리, 오래 싸우는 데 필요한 핵심 자산을 이란이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E-3 한 대와 AN/TPY-2 한 기를 다시 갖추기 위해선 각각 7억 달러(약 1조500억원)와 4억8500만 달러(약 7275억원)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봤다.
액수의 문제만 아냐…사드 레이더 하나 만드는 데 3년
이같은 자산은 대체도 쉽지 않다. AN/TPY-2 경우 생산에 3년이 걸린다. 톰 카라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책임자는 “전 세계 미국의 방어 태세에 결정적인 장비”라며 “아마존에서 구매해 대체할 만한 성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함정과 항공기의 정비 비용도 늘어난다. AEI는 전쟁으로 정비 일정을 미룬 함정들이 나중에 정비창에 들어갈 때 추가로 떠안게 될 비용을 약 7500만 달러(약 1125억원)로 추산했다.
중동 메우려 한국·일본 자산까지 당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중국의 오판 가능성이다. 대중국 억제용으로도 필수적인 미 자산이 이란 전선에서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 전문가인 파비안 호프만 오슬로 핵 프로젝트(ONP) 연구원은 “사드 레이더와 E-3는 중국과의 분쟁에서도 분명히 유용한 자산”이라고 짚었다.
FT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한 점을 거론했다. 이밖에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둔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도 아라비아해로 이동해 이란전 지원 임무에 투입됐다. 카라코 책임자는 “미국 입장에선 이런 자산을 계속 소모할 여유가 없다”며 “미군의 전력 누수가 대만을 무력으로 병합하려는 중국에는 유인책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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