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을 구합니다. 나는 티켓이 필요합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앞 워싱턴 로드에는 매년 이런 푯말들이 걸린다. 티켓을 구한다고 써 있지만 실은 암표상이다. 마스터스 암표의 세계로 가봤다.
왜 마스터스에 암표상이 판칠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장이면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골프장이다. 대통령도 초청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니 일반인이 이 코스를 눈으로 보고 발로 밟을 수 있는 기회는 마스터스 위크뿐이다.
공급은 철저히 통제된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수십 년째 신규 티켓 발급을 틀어막았다. 기존 보유자가 반납하지 않는 이상 새 표는 나오지 않는다. 암표 시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굿즈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마스터스 로고가 박힌 모자·재킷·볼마커는 대회 기간에 오거스타 내셔널 안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 표 값의 절반은 사실상 굿즈 구매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마스터스 티켓 암표상들이 내건 푯말들. 성호준 기자
고속도로에서 나와 골프장으로 가는 길 오른쪽, 한 레스토랑 주차장은 사실상 암표상이 전세를 냈다. 현지시간 화요일인 8일 오전 9시30분쯤 당일 티켓 가격을 묻자 1500달러(약 225만원)를 불렀다. 이날 티켓 정가는 100달러이니 15배를 받는 것이다.
암표상은 “전날이나 아침 일찍 팔면 4000달러(약 600만원)인데 손님 많은 피크타임이 지난 지금이라 1500달러”라고 했다. 입장권은 빨리 상하는 생선처럼 가격이 뚝뚝 떨어진다.
토드 쿠퍼라는 이름의 이 암표상과는 2년 전에도 거래한 적이 있다. 당시엔 아침에 2000달러, 오후엔 1000달러였다. “올해는 타이거 우즈도 못 나오는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따지자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나도 남는 게 없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암표상도 인플레이션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티켓 리세일 사이트 스텁허브(stubhub.com)에서 이번 대회 공식 경기일 티켓은 7575달러(약 1136만원)에서 1만2606달러(약 1891만원)였다. 정가는 연습라운드 100달러, 본 대회 140달러다. 토드는 “그래도 인터넷보다 우리한테 사는 게 더 싸다”고 자신했다.
사기를 당하진 않을까. 워싱턴 로드의 암표상들은 의외로 사기꾼이 아니다. 주변 사람의 증언과 직접 거래해본 경험 모두 마찬가지였다. 가짜 표를 파는 경우는 못 봤고, 일주일 내내 같은 자리를 지킨다. 토드는 명함도 건넸다.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콘서트 표를 구해준다는 내용에 전화번호도 있었다. 당국에 등록하고 세금도 낸다고 했다.
암표상의 위치에 따라 가격도 다르다. 골프장에서 멀수록 싸다. 오후까지 버티면 더 내려간다. 다만 물량이 넉넉하지 않다. 티켓을 사러 갔는데 “표가 없다. 혹시 남는 표 있느냐”고 되묻는 암표상도 많았다. 표 없이 나와서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관중의 남는 표를 사서 되파는 암표상도 있으니 그들만 믿었다간 허탕 칠 수 있다.
암표상도 위험 부담을 안는다. 마스터스는 환불도 없고 우천 중단 시 재사용할 수 있는 레인체크 제도도 없다. 팔지 못하면 그냥 날리는 돈이다. 토드는 “마스터스 기간엔 숙박비도 비싸고 하루 20시간씩 일한다”고 했다.
마스터스 측은 골프장에서 2700피트(약 823m) 이내에서는 티켓 매매를 금지한다. 티켓에도 리세일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823m 밖에서는 묵인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경계선에 있는 곳이 티본즈(TBONZ) 스테이크 하우스다. 이 근처에 암표상이 가장 많이 몰리고, 가격도 가장 비싸다.

오거스타 내셔널 입구에 있는 티본즈 스테이크하우스. 마스터스 티켓 암표상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성호준 기자
마스터스 위크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다. 대회는 목요일부터지만 월·화·수 연습라운드 티켓도 거래된다. 다른 대회 연습라운드와 달리 마스터스는 연습라운드도 비싸다. 카메라(핸드폰은 불가)를 반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어서다. 연습라운드 중엔 수요일이 가장 비싸다. 파3 토너먼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본 대회에서는 의외로 최종라운드인 일요일이 가장 싸다. 스텁허브 기준 금요일 표는 1만2000달러(약 1800만원), 일요일 표는 7575달러(약 1136만원)였다. 타이거 우즈가 우승 경쟁을 하면 일요일 표가 폭등하지만, 일반적으로 일요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 수요가 적다.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재활용이다. 오거스타 인근에 사는 한 교포는 대회장에서 나오는 관중에게 흥정해 세 장을 200달러에 샀다고 했다. 한 장에 66달러꼴이다. 마스터스 입장권은 하루 두 번 입장이 가능해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의 표를 살 수 있다. 다만 남은 관람 시간이 짧고, 이미 두 번 입장한 표일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 용기도 필요하다. 골프장 근처에서 거래하면 경찰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도 감수해야 한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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