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친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박모(28)씨는 캐주얼한 복장에 모자를 쓴 채 예식장을 찾은 한 커플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유심히 지켜봤다. 박씨는 “축의도 하지 않고 식장 안을 두리번거리기에 눈길이 갔는데, 대화를 들어보니 신랑·신부 이야기는 거의 없고 ‘식장이 생각보다 좁다’ 등의 평가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이는 결혼을 준비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암행투어’였다.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안모(34)씨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암행투어를 직접 겪었다. 안씨는 “분홍색 운동복을 입은 커플이 결혼식에 와서 홀 사진을 찍고, 축의금 2만원을 낸 뒤 뷔페 식사까지 하고 갔다”며 “지인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행사에 생판 모르는 사람이 허락도 없이 와서 구경하는 것 자체가 불쾌했을 뿐 아니라,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 DVD 영상에도 이들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했다. 그는 “신부 입장에선 암행투어가 아니라 민폐투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예비부부 사이에서 암행투어가 유행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암행투어는 치솟는 결혼 비용 속에서 실패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위장 참석한 뒤 주차 환경, 동선, 홀 분위기 등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식장의 안내를 받으며 진행하는 공식 투어와 달리 개인이 개별적으로 예식장에 방문해 살펴보는 것이 특징이다.
암행 투어는 이미 결혼 준비 과정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결혼 정보 공유 카페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는 수천 건의 암행투어 후기 글과 체크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일부 웨딩 플래너는 암행투어를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영상과 사진 등에 기록되는 만큼 암행투어 자체가 민폐”라는 의견과 “격식 있는 복장으로 와 조용히 둘러보고 가는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SNS에 게시된 ‘암행투어’ 관련 게시물. 사진 스레드 캡처
“실전 답사…피해 안 가게 단정한 복장”
암행투어에 나서는 예비부부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보 비대칭과 상술이 심한 웨딩 시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실전 답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둔 김모(28)씨는 예비 신랑과 함께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암행투어를 했다. 김씨는 “인기 예식장은 예약 자체가 전쟁인 데다, 대부분의 식장은 상담 당일에 계약하면 식대 할인이나 사회자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며 “암행으로 여러 군데 돌아보고 마음에 드는 곳 상담을 잡아 바로 계약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행투어 갈 때 셔츠 등 단정한 복장을 하고 결혼식에 피해를 주지 않게끔 하지만, 가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온 암행투어 의심 커플을 보기도 한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식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가격도 높아서, 소비자로서는 계약 전 실제 서비스 수준을 충분히 가늠하기 어렵다”며 “경험·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암행투어를 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암행투어는 웨딩 업체에 긴장감을 주고 웨딩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부 무례한 암행투어에 대해서는 업체에서 제재를 통해 예식 진행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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