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보험칼럼] 주택보험과 Personal Injury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Personal Injury’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하는 변호사들의 빌보드 광고를 숱하게 보게 된다. 대체 ‘Personal Injury’가 뭐길래 저렇게 많이 눈에 띌까 의문을 품어 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문자 그대로 빌보드에 광고하는 ‘Personal Injury’란 ‘신체적 상해’를 뜻한다. 사고 (주로 자동차사고)에서 상해를 입은 것에 대해 많은 보상액을 받아 주겠다는 변호사들의 광고이다.

어떤 한 전문분야에서 쓰이는 용어가 다른 분야 혹은 일반적으로는 전혀 별개의 뜻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Personal Injury’ 라는 보험 용어가 그 한가지 예라고 하겠다. ‘Personal Injury’는 일반적으로는 ‘신체적 상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보험에서는 대체로 ‘명예훼손’ 혹은 ‘정신적 피해’라는 뜻으로 쓰인다. 주로 중상, 비방, 창피를 주는 것, 프라이버시 침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참고로, 남에게 끼친 신체상의 피해에 해당하는 보험상의 용어는 ‘Bodily Injury’라고 한다. 이번에는 보험에서의 ‘Personal Injury’에 관해 알아보자.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웬만한 소통은 이제 인터넷을 통하게 되어 있다. ‘홈페이지’ ‘블로그’ ‘페이스북’ 등 인터넷 소통방식은 다양하다. ‘황당한’씨의 고등학생 아들은 자기 블로그에다가 어느 식당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식당 주인 ‘고소해’씨는 ‘황당한’씨 아들의 블로그 내용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황당한’씨를 상대로 고소한 것이다.

원래 ‘고소해’씨는 ‘황당한’씨에게 항의성 전화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황당한’씨는 “당신네 식당 음식이 맛이 진짜로 없으니 그랬을 것 아니요?”라고 대꾸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막상 솟장을 받은 ‘황당한’씨는 급히 친구 변호사에게 연락해 보았더니, 집보험에서 커버될 수도 있으니 연락해 보라고 한다. 보험회사에 연락하니 커버리지가 없다고 한다. 어찌된 영문일까?

‘황당한’씨가 보험에서 커버를 받으려면 ‘황당한’씨의 주택보험에 ‘Personal Injury’ 항목이 특별히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Personal Injury’ 항목은 주택보험에 자동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 보험료를 내고 가입해야 한다. 명예훼손과 관련된 소송을 당하는 케이스는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보험이란 만약을 위해 가입하는 것이다. 이 ‘만약’의 케이스가 커버 되지 않는다면 큰일인 것이다. 그런데, 대개 주택보험 가입자는 이런 세세한 사항을 모르기 때문에 ‘Personal Injury’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기 일쑤다. 가입할 때 이 사항이 포함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확인하고 가입해 두는 것이 상책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그다지 많지 않다.

‘황당한’씨처럼 내가 혹은 나의 가족이 남에게 끼친 명예훼손 문제를 가벼이 보면 안된다. 언제나 일어 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고소해’씨처럼 개인적으로 사전에 따져 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곧바로 공식적으로 법적을 절차를 밟아 소송을 제기해 온다. 명예훼손 소송이 언제든지 나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평소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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