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금지 입법에도 낙태 증가… ‘풍선효과’ 뚜렷

지난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이후 보수 성향 주를 중심으로 낙태 금지 입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낙태 자체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6일 ‘가족계획협회’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이후 지난 6월까지 1년 동안 미국 전체에서 월평균 낙태는 8만2천298건으로 전년 평균(8만2천115건)을 앞섰다.

월별로는 지난 3월 1만565건이 집계돼 가장 많았다. 또 지난해 11월이 8천185건으로 가장 적은 달로 기록됐다.

협회는 “일부 주의 낙태 금지에도 인근 주에서 오히려 낙태가 늘어나며 영향이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주별로는 일리노이주(이하 누적 2만1천500건), 플로리다(2만460건), 노스캐롤라이나(1만1천830건), 캘리포니아(8천810건), 뉴멕시코(8천640건) 등에서 높은 낙태 상승을 기록했다.

이들 주는 조지아, 위스콘신, 인디애나, 켄터키, 미주리, 텍사스, 테네시,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등 낙태 시술을 강력하게 금지하는 주들의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달 낙태권 옹호단체인 구트마허 연구소가 의료기관 설문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추산 역시 이와 비슷하다.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낙태 시술을 허용하는 주에서 총 51만1천건의 낙태가 이뤄졌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상반기(46만5천건)와 비교해 4만6천건 증가한 규모다.

일리노이주의 경우 낙태 시술이 2020년 상반기 2만6천건에서 올 상반기 4만5천건으로 2배 수준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폐기했다.

이후 앨라배마, 아칸소, 미시시피,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위스콘신 등 모두 미국의 14개 주에서 임신 6주를 넘길 경우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낙태 금지법을 입법했다.

조지아주의 경우, 2019년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그 이후에는 낙태를 금지하는 ‘심장박동법’이 조지아 의회에서 통과된 이후 지난해 11월 법 시행을 중단시켰으나 주 정부가 즉각 항소해 10월24일 심장박동법이 현행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주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