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중풍이 뭐야? 그런 병도 있어? 눈 중풍이 내게 오기 전에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눈 중풍이라는 병에 걸리고 보니, 주위에 이미 그런 병을 앓는 분도 몇 명 알게 되었고, 40살이 넘은 사람들 중에 1~2%정도가 눈 중풍을 앓는다는 통계도 있다.
내가 눈 중풍으로 에모리 대학 병원에서 받은 여러가지 검사 중에 초음파 검사 (Echocardiograph)라는 것이 있다.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를 이용하여 심장의 움직임, 구조, 혈류의 흐름, 판막의 이상 유무, 심장 내 종양, 혈전 등을 영상화하고 분석하여 심장 질환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검사다. 초음파 검사기를 내 귀 옆 핏줄들을 찾아 주걱 같은 탐지기를 대니, 동맥 핏줄 속으로 피가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어떤 핏줄에서는 “스윅 푸우, 스윅 푸우” 어떤 핏줄에서는 “쿵 당, 쿵 당” 동맥 핏줄 마다 소리가 달랐다. 얼른 컴퓨터 스크린을 보니 소리에 맞추어 파도가 올랐다가 내리고 파도가 올랐다가 내려가는 영상도 보인다.
“쿵 당, 쿵 당” “스윅 프, 스윅 프” 강력한 두 박자 소리, 동맥 핏줄 속에 피가 흐르는 소리는 두 박자의 행진곡이다. 동맥 핏줄 마다 피들이 강력한 군대처럼 행진하는 소리다. 피속에는 산소와 영양분을 가지고 내 몸 구석구석을 행진한다. 내 몸은 약 30조개의 세포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3’ 다음에 ‘0’이 13개가 붙는 어마 어마한 숫자의 세포들마다 피가 산소와 영양분을 보급하고 찌꺼기를 걸러내지 않으면 세포가 죽는다. 그 많은 세포를 살리려고 핏줄 속에는 세계의 어떤 군대보다 더 힘차고 규칙적으로 피가 흐른다. 내 몸의 수많은 장기들 중에 어느 하나도 피가 잠시만 통하지 않아도 죽는다. “스윅 프, 스윅 프” 내가 생긴 이후 죽을 때까지, 내 몸속 구석구석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행진하는 피, 내 의지가 아니다. 어떤 기계보다 정밀한 시스템을 내가 만들지도 않았다. 신비하다.
내 한쪽 눈으로 통하는 핏줄이 콜레스테롤 조각으로 막히는 바람에 피공급이 중단된 부분이 죽어서 일어난 사고, 그게 나의 눈 중풍이다. 눈 중풍도 다양한데, 눈으로 통하는 중심동맥이 막혀도, 동맥의 실핏줄이 막혀도, 중심정맥이나 정맥 실핏줄이 막히거나 터져도 눈 중풍이 생긴다고 한다.
병원에서 내가 받은 각종 검사결과를 요약한 보고서에 눈 중풍 예방지침도 있는데 너무 간단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식사를 하고 체중을 잘 조절하되, 콜레스테롤 높은 음식은 피하고, 혈압과 혈당이 건강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눈 검사를 비롯하여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라고 한다. 혈압이 높은 사람, 나이 많은 노인들, 흡연자, 당뇨환자, 나쁜 콜레스테롤 높은 사람들이 눈 중풍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눈병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우리가 노력해야 하지만, 늙음은 피할 수가 없지 않은가?
눈 중풍이 오기전의 증상으로 눈이 갑자기 흐리거나, 눈의 한 부분이 안 보이거나, 일시적으로 눈이 안보이거나, 뭐가 시야에 떠다니거나 하는 증상이 있으면 즉시 안과의사와 상의하라고 한다. “노인이 되면 그냥 그대로 편안하게 사는 게 좋다”는 말도 많이 듣고 읽었다. 평온함과 안정을 추구하며 자신을 돌보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체력이나 건강이 예전 같지 않기에 심한 경쟁이나 성취에 몰두하지 말고, 바쁘고 열성적으로 살던 생할 방식을 바꾸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큰 성취나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에 만족을 누리며 여유롭게 살라는 지혜의 소리들이었다.
눈 중풍이 오고나서 몇 가지 후회되는 점이 있다. 만약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아스피린 한 알과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아토르바스타틴 한 알을 일년 전에 먹기 시작했더라면 눈 중풍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분명히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모든 것이 내 탓이다. 85세가 넘고 나서는 노인이 되었으니 그냥 그대로 편하게 살라는 말을 믿고, 건강 전문가와 상담을 소홀히 했다. 안과 의사는 거의 몇 년 동안 보지 않았고, 일년에 한번씩 하는 건강 검진도 소홀히 했다. 눈 중풍을 예방하는 최선이 방법은 전문가와 늘 상담하는 것 같다. 병이 나서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들기 전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예방을 위해서 전문가와 늘 상담하는 것이 중요한 걸 다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