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신문의 한 장을 잘라 식탁 위, 내 자리에 올려놓았다. 2026년 5월 20일 자 중앙일보 본국 판 기사였다. 신문 사진 속에는 권노갑이라는 분이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노년에 건강하고 싶으신 가요? 나는 당뇨병도 암도 생활 습관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이겨냈습니다. 아흔여섯의 나이에도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도전해 보세요. 파이팅!”
그는 쉰 일곱살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40년 동안 밥, 빵, 면 음식을 끊었다고 한다. 그 식습관의 효과는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 있는 그의 몸이 증명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3선 국회의원으로, 젊은 시절 정치판에서 살며 불규칙한 식사와 잦은 술자리 속에 라면, 짜장면, 짬뽕 같은 음식을 빈번히 먹었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그는 한국전쟁 이후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대를 살아낸 우리 세대 노인들의 대표 같은 분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기회만 있으면 배불리 먹어야 했다. 밥과 빵, 라면과 짜장면 같은 탄수화물 음식은 몸속 포도당을 빨리 올려 준다. 힘든 노동과 긴 하루를 견디게 하는 에너지였다. 멀리 걸어 다녀야 했고 노동은 힘들고 냉난방도 없던 시절, 잘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기분 좋은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기분이 좋아지니 또 먹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나 불안할 때, 피곤하거나 외로울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음식을 찾고, 음식 습관은 대부분 평생 간다고 한다.
세상은 엄청 많이 달라졌다. 차들이 생겨 덜 걷고, 노동은 기계가 대신한다. 노동 시간도 줄었고 냉난방 시설 속에서 생활하니 몸으로 쓰는 에너지가 크게 줄었다. 음식 습관은 바뀌지 않아 입맛도, 먹는 방식도 옛날 그대로 남아 있다면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 남는 열량은 결국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으로 돌아온다.
나는 미국에 와서 50년 넘게 살아오며 많은 한인 당뇨 환자들을 이웃에서 보았다. 운전 중 저 혈당으로 의식을 잃고 맞은편 차선으로 돌진해 큰 사고를 낸 분들도 보았다. 어떤 노인은 당뇨 합병증으로 치매가 와서 화가 나면 일본말 욕설을 내뱉곤 했다. 결국 그는 병든 다리를 절단한 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뇨병을 잘 관리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음식을 조절하고, 천천히 오래 씹어 먹고, 꾸준히 운동한 결과 여든이 넘었어도 오십 대처럼 보이는 장로님도 있다.
한 친구는 형제들이 모두 젊어서 당뇨병에 걸렸다. 유전적인 영향이 컸다. 한국에 살던 형제들은 모두 칠십을 넘기지 못하고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미국에 사는 그는 발전된 의료와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에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간다. 당뇨로 먹는 음식이 혈당을 오르는 것을 핸드폰 그래프로 직접 보는 분들이 최근에 많다. 탄수화물 음식을 많이 먹으며 가파른 산처럼 스파이크가 올라가는 그림을 보며 음식종류를 가려먹는 부들도 있다.
권노갑씨는 아침 식사로 사과와 당근 주스, 오렌지 주스, 우유, 녹차를 마신다고 한다. 여기에 물고기 단백질 가루를 섞어 먹는다고 했다. 점심과 저녁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흑염소 고기 등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며 과식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궁금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피시 콜라겐, 마린 콜라겐 같은 이름의 제품들이 이미 수없이 시장에 나와 있다. 가루나 캡슐 형태로 판매되는 것을 보며, 늙어서도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나름대로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챙겨 먹고 있지만, 더 편리한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 배우고 싶다.
늙어 갈수록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건강한 노년을 산다는 말 듣고 읽지 않은 노인들이 있을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차이를 권노갑 씨가 본보기로 보여 준다. 만약 권노갑 씨가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혁신적인 음식의 관리, 매일 체육관에 가서 하는 운동을 하고 96세에도 지금처럼 건강 했을까? 역설 적으로 그는 당뇨병에 걸린 덕에 더 건강을 챙기게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들 중에 누가 당뇨에 걸리지 않았지만, 건강 관리를 권노갑씨 처럼 철저히 한다면 그분 보다 더 건강히 노년을 살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