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흡혈 빈대가 옮기는 중남미 풍토병 ‘샤가스병’의 감염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발간한 학술지 ‘새롭게 등장한 감염병’에서 ‘키싱 버그’ 병으로도 알려진 샤가스병이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가스병은 사람의 얼굴을 주로 문다는 이유로 ‘키싱 버그’라고도 불리는 흡혈 빈대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기생충인 크루스파동편모충에 감염된 흡혈 빈대가 사람을 물고 난 뒤 그 배설물이 피부 상처를 통해 침투하거나 눈 또는 입을 통해 들어가면서 감염된다. 산모가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전파될 수 있고, 반려동물도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급성 감염의 경우 잠복기 수주 또는 수개월 뒤 눈꺼풀이 부어오르거나 발열, 피로, 통증 등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만성 샤가스병으로 진행돼 오랜 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CDC 연구진은 샤가스병 환자의 최대 30%는 심부전이나 식도 또는 결장 비대증으로 이어지는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샤가스병은 주로 중남미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 풍토병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미국에서도 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CDC 연구에 따르면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테네시, 루이지애나, 미주리, 미시시피와 아칸소 등 미국의 최소 8개 주에서 외부 유입이 아닌 요인으로 샤가스병이 발생했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우리는 이 문제를 저소득·중간 소득 국가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미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에서도 이런 질병의 발생률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샤가스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감염 치료를 위해서는 구충제를 복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기생충 약품 두 종류가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CDC는 샤가스병이 유행하는 국가를 여행할 경우 살충제를 사용하고, 몸을 가리는 옷을 입으라고 권고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